[TF프리즘] "카카오 카풀 반대" 택시 파업이 남긴 것들

[TF프리즘] "카카오 카풀 반대" 택시 파업이 남긴 것들

더팩트 2018-10-21 00:01:00 신고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가 지난 18일 서울시 광화문에서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덕인 기자

카카오 vs 택시 업계, 갈등 해결 위한 토론 시작해야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전국 택시기사들이 지난 18일 운전대를 놓았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개 단체가 서울시 광화문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택시기사가 이번 시위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우려했던 '출근길 대란'은 없었다.

큰 불편이 없었다고 이날 시위를 그냥 스쳐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6만여 명(주최 측 추산)에 달하는 택시기사들이 생업을 팽개치고 길거리로 뛰쳐나온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카카오가 추진 중인 카풀(승차 공유) 서비스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카카오 측 얘기는 다르다. 카카오는 카풀이 출퇴근 시간대 택시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는 승차난을 해결하기 위한 서비스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즉 택시기사 생존권을 빼앗기 위해 만든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 관점에서 교통 편의를 위해 이미 필요성이 입증된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이에 택시기사들은 "카풀은 카카오의 사익 추구 도구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다고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사업을 추진하는 쪽과 이를 저지하는 쪽 모두 각자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번 대규모 시위로 그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던 카풀 논란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들은 이번 파업을 계기로 그동안 택시 업계와 카카오와의 갈등의 골이 깊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택시기사들에 대한 여론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이 이번 시위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승차 거부 등으로 그동안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생존권을 외치는 택시기사들에 지지표를 던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카풀 서비스 도입을 찬성하는 의견이 더 많다. 택시기사들의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16일 내놓은 카풀 기사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횟수는 빠르게 증가해 순식간에 10만 건을 돌파했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카풀 서비스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글로벌 추세를 보더라도 카풀 서비스 도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변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택시기사들의 주장에 귀를 막아서는 곤란하다. 이들과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채 카풀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출시하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택시 업계의 반발로 인해 아직 소비자용 카풀 서비스 출시일을 정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대화가 필요하다.

택시 4개 단체가 대규모 시위를 벌인 지난 18일 시민들이 퇴근길에 서울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이새롬 기자

여기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그동안 무엇을 했기에 택시기사들이 파업에 나설 정도로 갈등이 심화됐느냐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 도입을 공식화한 건 지난 3월이다. 양측 모두 반년이 넘도록 갈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왜 하지 않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사실 양측의 대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카카오는 이번 시위에 참여한 4개 단체와 모두 만나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대화 결과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태가 대신 말해주고 있다.

양측은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그 결과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신들 계획에 따라 '카카오 T 카풀' 사전 참여자 모집에 나섰고 택시 업계는 길거리에서 "결사반대"를 외치게 됐다. 입장이 전혀 다른 양측이 직접 이견 조율에 나서다 보니 갈등이 더욱 증폭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 대목에서는 '중재자'의 중요성이 제기된다. 중재자는 바로 국토교통부(국토부)다. 이번 택시기사들의 대규모 시위는 국토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거리를 던졌다.

국토부는 택시 업계와 카카오의 문제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갈등이 심해지자 국토부가 적극적인 중재 역할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의 역할이 강조되는 이유는 이번 사안이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이번 문제 해결 방향에 따라 출퇴근 문화에 큰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양측의 입장 조율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 또한 아니다. 택시기사들은 카풀의 '24시간 영업'을 걱정하고 있다. 카카오는 '24시간 영업'할 계획이 없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시간과 횟수 등만 조율되면 큰 문제가 없다"며 "카카오도 택시 업계와 계속 협의한다는 입장이고 택시기사들도 지금은 강경하지만 계속 파업만 할 순 없는 상황이니 중간에서 국토부가 적극 나선다면 상생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등 해결을 위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감지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택시기사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서자 당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책은 카풀과 같은 공유경제 도입과 40만 택시 산업 종사자, 시민들의 이동 편의성 등을 모두 고려해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택시 파업을 계기로 사실상 멈춰 있던 '택시·카풀 업계 상생' 관련 논의가 다시 시작된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이번 갈등은 낡은 법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다시금 깨닫게 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승용차로 돈을 받고 운행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대에는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출퇴근 시간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해석하기 나름이다. 같은 법을 놓고 택시 업계와 카풀 업계 해석이 다르니 갈등이 쉽게 풀릴 리가 없다. 필요하다면 관련 법을 수정하는 것도 해법 중 하나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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