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 초청
그야말로 한국 취재진에게 칸은 '이선균 데이'다. 비평가 주간에 초청된 '잠'의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이하 탈출')로 다시 만났다. 두 영화의 장르와 색이 분명하게 다른 만큼, 극 안의 이선균의 모습 역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줬다.
'탈출'은 한 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속 붕괴 위기의 공항대교에 고립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연쇄 재난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극한의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돼 22일 자정쯤 뤼미에르 극장에서 최초 공개됐다.
이선균은 22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칸 호텔 그레이 달비옹 살롱에서 영화 '탈출' 인터뷰에서 완성된 작품을 처음으로 본 감상을 밝혔다.
"배우들은 처음 공개될 때 내 연기를 같이 본다는 것 자체를 공포스러워 해요. 하하. '잠'을 더 마음 편하게 봤던 것 같아요. CG가 많은 작업이라 촬영 때 컷을 굉장히 많이 해서 어렵고 낯설었어요. 그래서 더 긴장됐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탈출'은 완벽하게 상업 영화기 때문에 관객들 반응이 어떨까 궁금하더라고요. (주)지훈이 뒤에서 저희 아들들이 봤는데 반응들이 즉각적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블라인드 시사 때도 20대 젊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반응이 가장 좋았어요. 요즘 친구들은 조금만 늘어지면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버리든지 보지 않잖아요. 그 점에서 고려하면 고무적인 것 같아요. 부족한 점은 개봉 때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금 더 만져지면 될 것 같아요. 더 다듬을 수 있는 이런 시간이 주어진 것 같아 좋네요."
극중 이선균이 연기한 차정원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자신의 상사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일념이 확실한 인물이다. 감정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을 깔기도 하지만, 딸과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드라마틱한 감정선을 보여준다.
"차정원이란 인물로 인한 정보 전달이 중요했고, 긴장감도 유지해야 했어요. 그리고 이게 빠른 속도로 진행돼 부침이 있었죠. 딸과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게 맡은 바 임무 같은데 너무 신파로 보이지 않을까 걱정도 됐어요. 사실 저는 부녀간의 갈등을 조금 더 보여주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차갑게 톤을 잡을까 했는데 딸 가진 아빠들은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저도 아빠다 보니 다른 배우들보다 몰입감이나 그런 부분은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딸 차경민 역의 김수안과 부성애 코드가 눈길을 끈다. 이선균은 김수안을 향해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친구"라고 칭찬했다.
"지금 보면 더 커있을 것 같네요. 공부도 참 열심히 해요. 현장에서 문제집 풀고 있던 모습이 생각 나네요. 농담도 잘하고 사회 생활을 참 잘해요. 무엇보다 연기할 땐 착실하고요. 같이 왔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워요."
'탈출'은 재난 블록버스터로, CG로 구현된 장면들이 많다. 특히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살상용 개는 모두 CG로 구현됐다. 이선균을 비롯한 배우들은 촬영 할 때 보이지 않는 개와의 사투를 실감 나게 연기해야 했다. 그 점이 블록버스터에 첫 참여한 이선균에게 고충이었다.
"저희는 다 개를 보지 못하고 연기했어요. 그래서 개가 화면에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는데 굉장히 잘 만들어졌더라고요. 연기할 때 환경과 공격 대상에 대한 생각이 다 달라서 어떻게 리액션을 할지 논의를 많이 했던 기억이 나네요."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자신이 미끼가 돼 사람들을 구하는 장면이었다. 해당 신에서 차정원(이선균 분) 컨테이너 박스 안에 갇혀, 절벽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하면서 가까스로 매달려 목숨을 유지한다.
"그 부분은 CG가 아닌 세트였어요. 밸런스가 안 맞아서 멀미가 나고 이명이 들리더라고요. 그 장면 찍고 통풍에 걸리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져서 병원에 다녀야 했어요. 이후에는 그런 체력적인 어려움 없이 진행 됐고요."
이선균은 "언제 또 다시 칸에 오겠냐"라며 두 작품이 초청되자 가족들과 칸 영화제에 동행했다. 큰 아들의 유학을 앞두고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을 보내려 한다.
"칸의 공식 일정을 끝내고 저는 가족과 더 머물며 여행하고 돌아가려고 해요. 다음에 또 좋은 모습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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