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인터뷰] ‘스프린터’ 전신환 “어차피 포기 못하는 연기,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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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인터뷰] ‘스프린터’ 전신환 “어차피 포기 못하는 연기, 끝까지 간다”

한류타임스 2023-05-24 10:42:3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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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프린터’는 100m 육상 선수와 조력자 간의 관계를 그린 작품이다. 동료들이 모두 지도자를 하는 가운데 여전히 10초대 기록을 유지하는 ‘현수’(박성일 분)와 묵묵히 지켜보는 아내 ‘지현’(공민정 분), 재능만 믿고 노력은 게을리 하는 고교랭킹 1위 ‘준서’(임지호 분)와 준서와 정규직 사이에서 갈등하는 ‘지완’, 국내 랭킹 1위이지만, 몰래 도핑을 한 ‘정호’(송덕호 분)와 거래한 코치 ‘형욱’(최준혁 분) 간의 이야기다.

각자 주어진 환경이 다르지만 100m를 가장 빨리 들어오고 싶은 욕구는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세 가지 시점에서 바라본 작품이 ‘스프린터’다. 지완은 육상 특급 유망주였다가 일찍 선수생활을 접고 학교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준서를 고교랭킹 1위로 키워내면서 처세도 잘해 정규직 기회를 얻었다. 사립고 정규직 교사라는 열매를 목전에 뒀을 때 돌아온 말은 육상부 해체다. 지완이 정규직 교사가 되는데 육상부까지 지원할 형편은 안 된다는 것이다.

학교를 설득해 준서의 성적을 올려 육상부를 유지하려 했다. 이후 준서가 대표팀 선발전에서 3위로 골인하자, 육상부를 해체할 명분도 사라졌다고 여겼다. 준서와 자신이 윈윈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놓여있을 때 청천벽력이 떨어졌다. ‘정규직 보류’다. 육상부를 지원하면 지완의 정규직 전환이 안 된다는 것. 지완은 자신과 제자의 입신양명 사이에서 갈등한다. 그 혼란스러움이 배우 전신환의 얼굴에 잘 담겨 있다.

한류타임스는 지난 16일 전신환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10여 년 동안 연기 활동을 하는 전신환은 지완을 연기하면서도 현수의 입장에 감정을 더 이입했다고 했다. 의미 있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그이지만, 아직 원하는 만큼의 성취는 이루지 못했다는 점에서 현수에게 마음이 많이 갔다는 것이다. 스스로에게 냉정할 수도, 어쩌면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진솔한 표현이기도 하다. 한류타임스는 복합적으로 인물을 고민하고 연기에 임하는 전신환의 진심을 일문일답으로 펼쳐본다.


‘스프린터’는 어떻게 인연이 된 걸까.
감독님이 중앙대 동기다. 나이는 저보다 더 많은데 그렇게 됐다. 학교 다닐 때는 서로 잘 몰랐다. 이번 작품에 먼저 손을 내밀어주셨다. 대본이 정말 재밌었고, 영화로서 가치도 있다고 느껴졌다. 바로 수락했다.

영화를 두 번 봤는데, 처음에는 다소 지질한 이미지로 보였다. 두 번째 영화를 보니 꽤 진솔하고 멋있는 느낌도 있었다. 지완을 어떻게 접근했을까.
지완은 현실과 부딪히면서 꿈을 접은 인물이다. 스스로에게 냉정한 사람이다. 머릿속으로 생각했을 때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극복할 수 없다는 걸 알고 받아들인 인물이다. 자신에게 채찍질도 잘 한다. 그래도 열심히 달리는 준서를 보면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거 아닐까 생각한다. 

매우 현실적인 말을 잘 한다. 제자에게 그렇게 시니컬하기도 쉽지 않다. 극 중 지완은 국가대표가 되도 너 인생은 바뀌지 않는다는 조언을 한다. 사실상 너가 1등을 해도 의미가 없다는 말을, 열심히 하는 어린 친구에게 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은데.
준서가 아무리 잘해서 저를 뛰어넘어도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너가 이 현실을 바꿀 수 없다’는 말도 된다. 그럴 바엔 차라리 타이밍을 빨리 당겨서 그만두는 게 나은 것 같다고 하는 말이다. 결국, 너도 알게 될 테니까. 이게 시나리오에 드러나 있는 모습이다. 내가 맡은 지완은 그런 인물이긴 한데, 나는 준서나 현수와 같다. 특히 현수다. 알아도 계속 달리는 사람. 그리고 달리고 싶은 사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전신환이란 사람도 연기 하나를 포기하지 못하고 살고 있다. 현실에서 누가 나에게 지완처럼 조언한다고 해서 “내가 그걸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보면, 답은 아니다가 나온다. 어차피 내가 선택한 거고, 내가 현실과 마주하면서 나아가고 있다. 다만 현수나 준서와 다른 점은 연기자라는 직업은 나이를 먹어서도 일을 할 수 있다. 반대로 현수나 준서는 나이가 지나면 일을 못 한다. 점점 기록이 안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완처럼 얘기해주는 게 가장 나이스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역할도 아니었는데.
이상했다. 계속 현수를 의식하게 됐다. 지완은 은퇴를 빨리 결정한 사람인데, 현수는 계속 뛰고 있다. 나 역시 현업에서 뛰고 있다. 지완처럼 현업을 떠나서 연기 선생팀이나 학교의 교수 자리를 알아볼 수도 있는데 그렇게는 안 했다. 현수랑 처지가 비슷해서인지 계속 생각이 났다. 달리기 얘기지만 꿈에 대한 이야기 같다.

지완을 준비할 때 참고한 인물이 있을까.
육상 영화를 많이 찾아봤다. ‘불의 전차’나 ‘말아톤’도 있다. 두 작품 모두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한국 육상 현실에서 코치도 안 하려 한다. 육상을 잘 해도 결국 뭐가 안 된다는 맥락은 같다. 그러다 누군가 달리는 모습에 자극을 받고 나아가는 모습도 비슷하다. 다시 뜨거워져서 누군가의 꿈을 조력하는 모습이 지완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지완은 준서와 대화할 때 늘 자신을 ‘코치님’이라고 했다. 명백한 꼰대로 느껴졌다.
질문이 신선하다. 아무도 그걸 가지고 거론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대본에 써있어서 그렇게 말한 걸 텐데, 특별히 고민하진 않았다. 살면서 누구를 정식으로 가르쳐 본 적은 없다. 코치를 해본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감정선이나 말투도 많이 고민했고, 많이 바꾸기도 했다.


준서와 지완과 달리, 형욱과 정호는 여러모로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서 구타도 나오는 것 같고. 
실제 국가대표 육상선수에게 들은 말로는 그 둘 관계는 판타지라고 한다. 격의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실제로는 구타도 있다고 한다. 코치와 선수 간의 서열이 분명해서 선수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지완과 준서는 뭔가 뽀샤시 하다. 

지완은 자신의 정규직과 준서의 미래 사이에서 갈등한다. 자신의 삶을 위해 사려고 하다가 급기야 마음을 바꾼다. 배우는 또 무한경쟁을 하는 직업이다. 나로 인해 옆에 있는 친구가 희망이 꺾이는 일도 제법 있었을 것 같다.
사실 지완의 경험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를 위해 이 선택을 해버리면, 나와 관련된 누군가가 안 되는 일이라는 건데, 그렇게 하나만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없었던 것 같다. 배우 역시 캐스팅되는 자리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감독님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배우에게 큰 선택권이 있는 건 아니니까. 

시사회 때 부른 후배가 있는데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스프린터’ 오디션 봤는데 떨어져서 안 갈거라고 했다. 실제로 그럴지는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상관없긴 하다. 나 역시 오디션 떨어지고 나서 ‘이 영화 잘 되나 보자’라고 생각한 적도 많아서. 앞으로도 지완과 같은 상황이 온다고 해도, 그 결정을 쉽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신이 몇 개 있다. 밥 먹는 신이 좋았다.
사실 테이크를 한두 번 밖에 안 가서 기억이 안 난다. 

비교적 대사도 많은 장면인데 굉장히 빨리 찍었다.
리허설을 많이 해서 가능했다. 달리기 훈련하는 중에 갑자기 대사 연습을 하고 그랬다. 현장 자체가 시간도 부족했고, 코로나19 때문에 변수도 많아서 감독님이 최대한 리허설을 많이 했다. 대본 분석을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연기했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서 그랬는데, 감독님께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신 거다. 감독님 자체가 톤을 많이 잡아줬다. 그렇게 대화 나누고 고민하며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담담하게 전하려 했다.


허심탄회하게 싸우는 신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굉장히 솔직한 사람 같다. 자기 욕망, 수치도 분명히 말하는 사람이다.
당시 지완은 자신의 정규직을 위해 준서를 가르치지 않기로 한 후였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나 고민하면서 회피하고 있는데 만난 것이다. 좋게 얘기하려 했는데, 애가 포기를 안 하니까 냉정하게 한 번 더 얘기한 거다. 그럼에도 준서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뜨거움을 느껴서 이후에 같이 뜨거워진 게 아닌가 싶다. 찍을 때 서로 울컥했던 장면이다.

그런 것과 반대로 초반 등장신에서 춤은 불쾌했다.
아는 사람이 보면 특히 불쾌할 수 있다. 반대로 그 장면 때문에 영화 톤이 비교적 가벼워졌다고 칭찬해 준 분들도 있다. 앞에 현수 이야기가 꽤 무거운 편인데, 쓱 풀어냈다는 것이다. 그 춤보고 더 재밌는 캐릭터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진지해져서 반전이었다고 하신 분들도 있다. 전체적인 톤에서 그 괴상한 춤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승연 감독님은 연출을 잘 하기로 평가가 좋다. 같이 작업해 본 소감은?
감독님은 감정의 동요가 없다. 매우 급한 상황에서도 되게 인자하다. 연기할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데, 감독님이 모든 장면의 톤을 머릿속에 잡아놓고 계셨다. 그래서 답을 빨리 찾아갔다. 마치 음악 작업 하듯이 어색한 부분만 잘 고쳐가면서 했다. 덕분에 재밌었다. 

특히 신인에겐 매우 좋은 현장이지 않았을까 싶다. 연기 구력이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준비를 하는데, 신인들은 누가 답을 잡아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 감독님은 굉장히 좋은 스승이었다. 신인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데, 다들 그래도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건 감독님이 버팀목이 돼주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준서 역을 맡은 임지호와는 어땠을까.
‘소셜포비아’에서 본 적이 있다. 내가 맡은 장세준과 현피 치러온 고등학생 무리 중 하나였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친구가 서른 하나가 됐다. 그렇게 친해지진 못했고 안면을 튼 정도였다. 당시 ‘빨리 군대 갔다 와’라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그 말 듣고 군대를 빨리 갔다 왔다고 한다. 첫 훈련 하러 갔을 때 ‘신환이형’ 하면서 다가왔다. 그렇게 친해졌다.

연기적으로 소통이 수월했을 것 같다.
신기했다. 서로 달리기 훈련도 많이 했다. 코치도 뛰는 법을 알아야 코칭도 잘 할 수 있어서 같이 뛰었다. 자주 봤다. 살아온 인생부터 지금 사는 얘기, 평소 성향 등등 많이 나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작품 얘기로 이어졌다. 각자 준비해 오고 스스럼없이 자기 생각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준서는 피부가 검게 타야 한다고 해서 홍대 인근에서 서로 웃통 벗고 몸을 태우고 그랬다. 서로 의지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배우로서 고민이 많아 보인다. 이 작품이 어떻게 남을 것 같나. 또 이를 발판으로 앞으로 어떻게 배우 생활을 이어갈지 말해준다면?
그만둘 생각은 없다. 끝까지 할 생각이다. 다만 현수를 보면서 그만해야 하는 순간이 언제일까를 문득문득 든적이 있긴 하다. 내가 몸이 아플 수도 있고, 영화 산업이 무너질 수도 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못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깊은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잘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작품의 연기자였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관객들도 그렇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영화의 가치기도 하니까.

사진=워크하우스 컴퍼니, 스튜디오 에이드

 

함상범 기자 kchsb@hanryu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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