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산 와다(25)는 가자 지구에 사는 영화 제작자이다.
와다는 유엔(UN)과 여성의 권리 이슈에 대해, 유럽연합(EU)과는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 함께 일했다.
하지만 현재는 가자 지구에서의 삶을 기록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와다는 1주일 내내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생활을 담은 영상을 올리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가자 지구 경계선 너머 이스라엘을 전례 없이 공격하며 이스라엘 내 1300명이 사망한 지 2일 후인 지난 9일, 와다 또한 다른 주민 수천 명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군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가자 지구의 중심 거주지인 리말 지역 가자시티의 모든 주민은 즉시 집을 버리고 떠나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와다는 손에 쥘 수 있는 모든 걸 재빨리 챙겨 들고 아파트를 뛰쳐나왔다. 동시에 영상 기록을 남기기 시작했다.
와다는 카메라를 통해 “안전한 곳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하며 택시에 올라탔다.
“그러나 가자 지구엔 안전한 곳이란 없습니다.”
와다는 가자시티 내 주요 병원인 시파 병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이미 사상자로 초만원인 상태였다. 그러나 지난 한 주간 어디든 대피할 곳을 찾아 이곳에 모여든 가자 주민은 수천 명에 이른다.
그리고 그날 늦은 밤 이스라엘은 리말 지역을 폭격해, 하마스 관련 목표물 200개를 맞췄다고 발표했다. 해당 공습으로 이 지역 전체가 사실상 폐허가 됐다. 같은 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식량, 물, 연료의 출입을 제한하며 가자 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명령했다.
지난 11일 와다는 새 물병을 따는 영상을 올리며 “3일간 처음 마시는 깨끗한 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다른 많은 가자 지구 주민들처럼 일주일간 밤마다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있는 와다는 한 게시물을 통해 자신의 밤 루틴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다.
우선 언제라도 뛰어나가기 위해 신발을 옆에 둔다. 옷, 칫솔, 치약, 노트북은 물론 휴대전화 등 필수품 몇 가지가 든 작은 배낭도 놔뒀다.
그리고 현재 메인 전력이 차단된 상태이기에 전력 공급 문제도 겪고 있다.
와다에 따르면 와다의 가족은 작은 발전기가 있어 하루에 2시간 정도 켜고 있다며, 운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 시간 동안 와다는 계속 일하는 데 필요한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충전한다.
하지만 가자 지구의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발전기 연료가 고갈되고 있다.
한편 지난 13일,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 북부에 있는 팔레스타인인 100만여 명에게 남하를 명령하면서 와다 또한 다시 이동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스라엘 당국의 경고를 실은 흰색 작은 전단 수천 장이 하늘에서 펄럭이며 떨어지던 무렵, 와다는 시파 병원 근처에서 이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다.
UN은 가자 가자시티 주변에서 이스라엘 군이 대규모 지상전을 펼칠 상황을 우려해 가자 지구 주민 수십만 명이 현재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와다는 가족 10명과 함께 여전히 시파 병원에 머물고 있다.
“만약 남쪽으로 간다면, 우리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1300여 명을 살해한 지난 주말 이후 가자 지구 내 언론의 출입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가자 지구 내부의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은 매우 어렵다. 와다와도 몇 번 겨우 대화할 수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와다가 올린 영상을 통해 1주일간 와다의 삶이 어떻게 뒤집혔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와다는 인스타그램에 올린 영상 중 하나의 말미에서 카메라를 통해 팔로워 18만여 명에게 미소 짓는다.
“이것이 저의 일상입니다. 여러분들의 일상은 어떠한가요?”
“잘자요 여러분.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카메라는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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