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난민 물결에 속수무책 된 가자 지구 남부

피난민 물결에 속수무책 된 가자 지구 남부

BBC News 코리아 2023-10-16 11:51: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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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유니스의 몇 안 되는 급수소에서 물을 담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피난민 물결이 칸유니스로 밀려들었다.

수많은 피난민이 가자 지구 북부에서 남부 칸유니스 지역으로 향했다. 연료가 있다면 차를 타고, 말과 수레가 있다면 그 힘을 빌리고,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발로 걸어야 했다.

그렇게 도착한 칸유니스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하룻밤 사이 두 배로 늘어난 인구에 대비하지 못한 상태였다.

모든 집, 모든 골목, 모든 거리가 사람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하마스는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 명 중 40만 명이 이스라엘의 대피 요구에 따라 지난 48시간 동안 살라알딘 도로를 이용해 남쪽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나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아내와 세 아이를 데리고 이틀 치 식량과 함께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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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에서 1300명을 살해한 뒤 이스라엘이 반격하고 침공을 예고하자, 많은 이들이 하마스의 잔류 명령을 무시했다.

하지만 사방이 봉쇄되고 다른 세계와 단절된 이 좁은 땅에서는 피난을 갈 선택지도 한정적이다. 안전은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

그렇게 이미 폭격으로 집을 잃고 두려움에 떨며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수많은 가자 주민이 칸유니스에 모였다.

원래 40만 명가량이던 도시 인구는 하룻밤 사이 10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가자지구 북부뿐 아니라 2014년 전투로 끔찍한 고통을 겪은 동부에서도 피난민이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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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명이 가자지구 북부에서 탈출했다

이들 모두에게 피난처와 식량이 필요하지만, 얼마나 오래 필요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부족한 자원이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이미 지쳐버린 도시에 피난민 물결이 만든 파도가 너무 거셌던 나머지,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미 필수품이 부족했던 거점병원은 북부에서 온 환자와 부상자를 치료했을 뿐 아니라 이제 그들의 피난처가 됐다.

의사들이 이스라엘 폭격의 부상자를 치료하는 동안 난민들이 복도를 따라 줄지어 섰다. 경쟁하듯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사람들이 이곳에 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병원은 전쟁 중에 가장 안전한 장소 중 하나로, 국제법의 보호를 받는다.

어떤 의미에서 이 사람들은 적어도 지금은 운이 좋은 이들일지 모른다.

의사들은 새로운 사상자가 속출해도 해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환자에게 하루 300ml의 물이 배급될 뿐, 난민에게는 아무것도 제공되지 않는다.

다른 곳에서는 주민들이 새로 도착한 사람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칸유니스의 많은 사람들은 원래도 비좁은 환경에서 살아왔다. 이제 그들은 서로 얼굴이 부딪치는 거리에서 살아야 한다.

내가 본 어떤 아파트는 수용 인원을 훨씬 초과해 50~60명의 "집"이 돼 있었다. 누구도 이런 상태로 계속 살 수는 없다.

우리 가족은 지금 작은 침실 두 개가 있는 아파트에서 다른 네 식구와 함께 살고 있다. 작게나마 우리 가족을 위한 개인 공간도 주어졌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전쟁에서 '안전한' 도시 전역의 학교에는 아마도 수만 명에 달하는 피난민이 가득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다. 인원을 세는 동안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운영하는 한 학교는 모든 교실이 꽉 차고 발코니 공간마다 빨랫줄이 가득하다.

배고픈 아이들이 초조하게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와 할머니는 안뜰의 공원 벤치에서 요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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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북부에서 칸유니스로 탈출한 일부 피난민은 유엔이 지원하는 학교에 피난처를 마련했다

그러나 더 이상 실내에 머물 곳이 없을 때, 사람들은 필연적으로 거리로 쏟아져 나와 골목길과 지하도를 가득 채울 것이다. 흙, 먼지, 잔해 속에서 살고 잠을 자며 상황이 개선되길 기약 없이 기다릴 것이다.

이미 실내에는 머물 곳이 없다. 식량과 연료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상점에는 물이 없다. 급수소가 유일한 희망이다. 재앙과도 같은 상황이지만, 이 도시가 앞으로 안전할 것 같지도 않다. 폭격은 끊이지 않고, 여전히 전투가 이어진다. 거리는 무너진 건물과 잔해로 뒤덮였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계속 공격하는 동안 병원 근처에서 로켓 발사 소리가 들렸다. 보복 공격의 공개 초대장이나 다름없다.

이스라엘 드론이 다음 목표물을 찾아 윙윙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폭탄이 떨어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영안실과 병원에 더 많은 사람들이 밀려든다.

오늘 아침, 피난 중이던 집 근처에 폭탄이 떨어졌다. 모든 전화 서비스가 끊기거나 큰 차질을 빚고 있어, 아들과 연락하기까지 20분이 걸려야 했다.

사람은 이렇게 살 수 없다. 그리고 침공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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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고향 가자지구에서 네 번의 전투를 취재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처음이다.

과거 전투가 아무리 심각해져도 가자지구 사람들이 굶주림이나 목마름으로 죽는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온다.

가자지구에서 이집트로 건너가는 유일한 통행로 '라파'는 여전히 폐쇄 상태다. 이집트 정부는 이 길을 열면 새로운 참사가 벌어질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현재 라파에서 20km 떨어진 곳에 가자 난민 100만 명이 대기 중이다. 통행로가 열리면 대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2014년 수천 명의 피난민이 라파로 향했을 때 이미 발생했던 일이다. 이번에는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이집트는 이를 두려워하고 있다.

피난민의 홍수가 국경을 휩쓰는 순간, 다시 혼란과 혼돈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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