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도 사람처럼 유머 감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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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사람처럼 유머 감각이 있을까?

BBC News 코리아 2024-02-28 11:29: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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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에서 웃으며 노는 어린 고릴라 2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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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

우리는 유머가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유머를 통해 유대감을 높이는 동물들도 있다.

사람을 다른 동물과 차별화시키는 요소를 생각할 때 보통 유머 감각을 상당히 높은 순위에 둘 것이다. 사람은 웃는 걸 좋아한다. 그렇기에 웃긴 것을 좋아하는 감정은 인간이 타고난 요소인 것처럼 보인다.

생후 3개월 정도만 돼도 아기는 부모가 웃긴 표정을 지으면 킥킥거리며 재미있어 한다. 8개월이 되면 자신의 얼굴, 몸, 목소리를 이용해 어른들을 웃기는 방법을 터득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해서는 안 되는 장난도 치고, 까불거리는 미소를 띠며 마치 전문 코미디언이 된 듯한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유머를 좋아하는 건 인간만이 아닐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가 발표됐다. 동물도 서로를 놀린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의 이사벨 라우머 박사후연구원은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유인원끼리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75시간 넘게 시청했다. 유인원이란 오랑우탄, 침팬지, 보노보, 고릴라 등 현존하는 생물 중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족 관계인 동물들을 가리킨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동물들은 모두 동물원에 사는 유인원들로, 이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결과 4종 모두에서 서로 놀리고 장난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연구진은 18가지 서로 다른 장난 행동을 구분해 냈으며, 그중 찌르기, 때리기, 다른 유인원의 행동 방해하기, 몸을 들어 던지기 등이 상위 5가지 행동으로 꼽혔다.

일부 유인원들은 친구 유인원의 얼굴 앞에서 신체 부위나 물체를 반복적으로 흔들기도 했으며, 오랑우탄의 경우 서로의 털을 잡아당기기도 했다.

미소 짓는 강아지
Getty Images
개들은 천천히 가다 갑자기 도망가는 식으로 다른 개를 놀이로 유도한다

해당 연구의 제1 저자인 라우머 연구원은 ‘어린 유인원들이 서로 몸단장하느라 바쁜 성인 유인원 등 뒤로 몰래 다가가 이들을 찌르거나, 때리거나, 심지어 놀라게 하는 경우를 가장 자주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그런 다음 어린 유인원들은 성체 유인원의 반응을 기다리며 지켜봤습니다. 주로 장난을 당한 성체들은 이들을 무시했는데, 이에 어린 유인원들은 계속 놀리면서 더욱 정교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더는 무시하기 어려워질 정도까지 장난을 쳤으며, 온몸을 던져 성체 유인원에 내려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장난과 놀림은 사람 유아가 취하는 행동과 유사했다. 공통적으로 의도적이며, 도발적이고, 끈질기며, 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와 상대방의 반응을 확인하는 요소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었다면 혀를 내밀고 놀리거나, 반응을 살피고자 도망가는 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한편 이러한 장난과 놀림은 더 복잡한 유머의 기본 바탕이 되기도 한다.

라우머 연구원은 “사람의 농담은 복잡한 인지 능력을 필요로 한다”면서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상상하는 마음 능력, 사회적 규범에 대한 지식, 타인의 반응을 예측하고 타인의 기대치를 위반했음을 인지하는 능력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인원 4종 모두 장난을 친다는 이번 관찰 결과는 1300만 년 전 살았던 이들과 인간의 마지막 공통 조상에게도 유머 감각이 있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유머 감각은 유인원을 넘어 동물계에 훨씬 더 널리 퍼져 있는 능력이라는 게 많은 과학자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생물학자인 찰스 다윈은 저서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에서 개에게도 유머 감각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적었다.

“막대기나 다른 물건을 던져주면 개는 종종 짧은 거리를 이동한 다음 이 물건을 가까이 바닥에 두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주인이 아주 가까이 와서 가져갈 때까지 기다리곤 한다. 그러면 이 개는 이를 붙잡으며 승리를 만끽하며 멀리 달아나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데, 이는 개가 장난을 즐기는 게 분명하다.”

함께 놀고 있는 새끼 늑대 2마리
Getty Images
늑대를 비롯한 개 관련 종들은 비슷한 놀이 특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개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종종 놀이할 때마다 개가 마치 웃음소리처럼 숨을 헐떡이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동물 행동학자인 패트리샤 시모넷은 지난 2005년 연구에서 유기견 보호센터에 있는 개들에게 이 소리를 들려줬다. 그 결과 개의 “웃음소리”를 듣자 보호센터 내 개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내려갔다.

미국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의 마크 베코프 생태학 및 진화생물학 명예 교수는 라우머 연구원이 이번에 발견한 것과 유사한 장난 행동을 개들도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수십 년간 수집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다른 개가 같이 놀기 꺼리면 다른 개들은 다른 개에게 약간 살살 뛰어 다가갔다가 다시 재빠르게 도망치곤 하며 함께 놀 것을 권유한다.

베코프 교수는 “개, 여우, 야생 코요테, 야생 늑대에서도 이러한 행동을 관찰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베코프 교수는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말, 아시아흑곰, 금강앵무 등 다양한 동물들이 마치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나 장난꾸러기처럼 행동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고도 설명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돌고래는 놀이-싸움을 할 때 기쁨의 소리를 내고, 코끼리는 놀이할 때 흥분해 코로 트럼펫을 부는 듯한 행동을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일부 앵무새는 같은 가정집에서 함께 사는 개를 향해 휘파람을 불어 혼란스럽게 만드는 등 재미로 다른 동물들을 놀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쥐도 웃음을 즐긴다는 증거도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미 노스웨스턴대 소속 제프리 버그도프 연구원은 진지하게 쥐를 간지럽혀 왔다. 그 결과 쥐는 간지럼을 탈 때마다 즐거운 듯 킥킥거리는 듯한 고음을 냈다.

독일 베를린 소재 훔볼트 대학의 연구진이 진행한 별도의 연구에서도 쥐들은 간지럼을 더 받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찾아올 뿐만 아니라, “간지럼 보상”을 통해 숨바꼭질을 배울 수도 있다고 한다.

현재 버그도프 연구원과 동료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통해 우울증 치료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버그도프 연구원은 “우리는 동물들이 이러한 소리를 낼 때 가장 주의를 기울임을 알아냈다”고 언급했다.

서로 포옹하는 실험용 쥐 2마리
Getty Images
쥐들은 간지럼을 탈 때면 높은 소리로 “킥킥”거리는 소리를 내는 모습이 관찰된 바 있다

아울러 버그도프 연구원은 “내 지도교수[신경과학자 자크 판크세프 교수]는 항상 놀이야말로 뇌의 좋은 비료라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이라면서 “뇌에선 새로운 시냅스와 신경 연결을 만들고 낸다. 따라서 이는 우리에게 장난스럽고 유머러스한 분위기에 있을 때 실제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으며, 가장 멋진 자아를 보여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쥐가 간지럼을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쥐가 내는 고음의 킥킥거림이 과연 정말 쥐가 유머 감각이 있다는 증거가 될까.

동물에게 유머 감각이 있다는 증거의 경우 대규모 연구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까닭에 주로 일화적인 형태가 대부분이다.

또한 동물이 특정 행동을 하는 이유를 명확히 말하기도 어렵다. 라우머 연구원의 연구에 등장하는 유인원들은 정말 장난을 치는 것일까. 아니면 긴장을 풀거나, 놀이를 시작하거나, 아니면 그저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일까.

베코프 교수 또한 “동물에게 유머 감각이 있냐고 묻는다면 ‘네.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하겠지만, 입증하긴 어렵다”며 인정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개 2마리를 키우는 집에서 사료 먹을 시간이 되면 한 마리는 현관문으로 달려가 짖는다. 그러면 다른 개는 누가 있는지 보러 달려가고, 그러는 동안 첫 번째 개는 다시 돌아와서 사료를 먹곤 한다. 이를 개들도 유머 감각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저 첫 번째 개는 자신들이 그렇게 행동하면 더 많은 사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방금 배운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동물에게 유머가 진화적으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도 남아 있다. 인간의 경우 웃음은 사람 간의 유대감 형성 수단으로 진화했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 생각해봐도, 함께 즐겁게 농담하는 것보다 친구를 사귀기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유머가 동물에게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라우며 연구원은 “인간에게 유머는 사회적 거리감을 없애고 관계를 발전시켜주는 아이스브레이커(어색함을 줄이기 위한 말이나 행동)와 같은 역할을 하곤 한다”면서 “영장류나 다른 동물들도 유머를 이러한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진 알 수 없다. 다만 그럴 가능성은 있다. 확실히 알기 위해선 이를 실험하고, 더 많은 영장류와 동물들을 관찰해야 한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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