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①“전기차 전용 타이어, 왜 필요하냐면요…”

[르포] ①“전기차 전용 타이어, 왜 필요하냐면요…”

데일리임팩트 2024-04-19 15:32:05 신고

한국타이어앤컴퍼니의 본사가 자리한 경기도 판교 테크노플렉스 건물 전경. /사진=한국타이어앤컴퍼니
한국타이어앤컴퍼니의 본사가 자리한 경기도 판교 테크노플렉스 건물 전경. /사진=한국타이어앤컴퍼니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한국타이어앤컴퍼니(이하 한국타이어)가 ‘2024 한국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통해 △본사 ‘테크노플렉스(Technoplex)’ △연구개발센터 ‘한국 테크노돔(Technodome)’ △주행시험장 ‘한국 테크노링(Technoring)’ 세 곳의 문을 활짝 열었다.

전기자동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을 중심으로 한국타이어의 상품 기획 및 연구개발, 테스트 과정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한 편, 이를 만드는 직원들이 어떤 시설에서 어떻게 근무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하기 위함이다.

지난 16일 기자는 한국타이어의 본사 ‘테크노플렉스’를 방문했다. 전통적인 중화학 공업인 만큼 다소 경직돼 있는 근무 공간을 예상했으나, 이와는 전혀 딴판인 모습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그야말로 ‘타이어 업계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에 걸맞는 환경이었기 때문.

통유리로 뚫린 넓고 열린 공간구조가 특징인 테크노플렉스는 지난 2020년 1월에 완공됐으며, 그해 5월부터 입주를 시작해 현재는 한국앤컴퍼니 지주사와 한국타이어 계열사를 비롯해 약 1000명 가량의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과거 역삼에 지어져 있던 사옥 대비 ‘하이 테크놀로지’함을 강조하기 위해 해당 분야의 대가인 ‘노먼 포스터’에게 설계를 의뢰했다고 하는데, 테크노플렉스는 그가 설계한 국내 건축물 가운데 2번째 작품에 해당한다. 1번째는 대전 소재 한국타이어 연구개발센터인 ‘테크노돔’.

경기도 판교 테크노플렉스 건물 내부 전경. 통유리로 햇빛이 잘 드는 구조를 띄고 있으며 막힘 없이 개방된 업무공간이 특징이다. /사진=한국타이어앤컴퍼니
경기도 판교 테크노플렉스 건물 내부 전경. 통유리로 햇빛이 잘 드는 구조를 띄고 있으며 막힘 없이 개방된 업무공간이 특징이다. /사진=한국타이어앤컴퍼니

카페·도서관 급의 훌륭한 개방성 갖춘 멋진 내부

7층의 근무동에 들어서니 통유리로 돼 밖에서 보이는 미팅룸들을 포함해 자유롭게 회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책상과 의자는 일반적인 사무실에서 쓰는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었는데, 자율좌석제가 운영돼 미리 신청을 해놓고 사용하는 식으로 근무가 이뤄지는 점은 달랐다.

전망이 가장 좋다는 곳에서 내려다보니 전후좌우 시원스레 뚫린 공간이 마치 미술관 같기도, 도서관 같기도 한 느낌이 있었다. 개방감이 워낙 높은 데다 흰색과 우드톤이 어우러지며 편안한 느낌이라 답답함이 전혀 없었는데, 개방된 분위기 속에서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무실 내에서도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근무 효율도 상당히 제고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동서남북의 창가에는 자연 차광 시스템인 ‘루버’가 설치돼 있어 일조량을 조금씩 조절할 수 있게끔 설정이 돼 있다고 한다. 재미있는 점은 그럼에도 창가의 책상에는 우산을 받쳐놓고 일하는 직원들이 종종 보였다는 점인데, 아무래도 일조량이 워낙 훌륭(?)하다 보니 자리에 따라 그를 가릴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설명을 도운 한국타이어 직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사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고, 친한 직원들끼리 앉아서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 등에서도 만족도가 높다”라며 “사무공간은 양옆으로 배치해 집중력을 올렸으며 중간에서는 위에서 아래, 아래서 위를 보이게 만들어 소통을 강조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플렉스'에서 열린 '2024 한국 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박정호 한국타이어앤컴퍼니 마케팅총괄 겸 경영혁신총괄 부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지난 16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플렉스'에서 열린 '2024 한국 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박정호 한국타이어앤컴퍼니 마케팅총괄 겸 경영혁신총괄 부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세계 최초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

이날 핵심 프로그램은 전기차 전용 타이어 브랜드 ‘아이온(iON)’에 대한 소개 세션이었다. 한국타이어가 지난 2022년 출시한 세계 최초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은 유럽을 비롯해 북미, 한국, 중국 등의 지역에 출시돼 있다. 또한 아이온은 세계 최초로 모든 전기차의 규격에 맞는 제품군을 구축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전기차 타이어 시장에 다소 일찍 진입한 탓에 초기 출시 당시 판매량이 좋지는 않았으나, 작년과 올해 전기차 수요가 굉장히 늘어나면서 시장의 규모가 성장하고 있음을 체감 중이라는 것이 한국타이어의 설명이다.

때문에 미국 테네시와 헝가리의 공장을 증설하는 등 글로벌 생산량을 확대해 오는 2030년까지 아이온을 중심으로 세계 5위 수준의 타이어 제조사가 되는 것이 이들의 목표.

박정호 마케팅총괄 겸 경영혁신총괄 부사장은 “증설한 물량들이 판매가 되고 매출로 이어지면 아마 2026년, 27년이면 아마 세계 5위 또는 4위까지 바라보는 매출액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라며 “현재 예측하기로는 한 2030년 정도에는 전 세계 전기차 중에 약 한 11% 정도, 8대의 1대는 저희 아이온을 끼고서 운행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을 하고 있다”라고 전망했다.

현재 아이온은 △롱 마일리지(긴 수명) ‘아이온 ST AS’ △퍼포먼스용 ‘아이온 에보(evo)’ △사계절용 ‘아이온 에보 AS’ △겨울용 ‘아이온 아이셉트(icept) △올웨더 ‘아이온 올 클라이메이트(All Climate)’등 5개의 라인업을 갖췄으며, 16인치부터 22인치까지 202개 규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올해 말까지 한국타이어는 아이온의 2개의 라인업을 더 늘리는 한편, 259개까지 타이어 규격도 추가해 ‘모든 전기차에 장착할 수 있는 타이어’를 목표로 할 계획이다.

김승현 EV마케팅팀 팀장은 발표를 통해 “사이즈 보유 경쟁력은 글로벌에서 거의 최고 수준이라 자부할 수 있다”라며 “타사들은 100개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압도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플렉스'에서 열린 '2024 한국 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김승현 한국타이어앤컴퍼니 EV마케팅팀 팀장이 발표를 진행중인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지난 16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플렉스'에서 열린 '2024 한국 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김승현 한국타이어앤컴퍼니 EV마케팅팀 팀장이 발표를 진행중인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 왜 만들었냐면요…”

그렇다면 한국타이어는 왜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만들었을까. 관계자는 일반 내연기관차와는 구별되는 나름의 특징이 있는 데다, 전기차 시장이 앞으로 계속 커질 예정인 만큼 그에 적합한 타이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우선 전기차의 경우 엔진이 없기 때문에 일반 차 대비 소음이 35%가량 절감되는 특징을 갖는데,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소음 절감 효과가 뛰어난 전용 제품이 필요하다.

또한 배터리를 탑재해 내연기관차 대비 30%가량 무거워 하중을 더 잘 버텨야 하는 것은 물론, 제한된 충전 시간과 배터리 용량 등으로 운행 거리가 짧은 만큼 이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 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토크도 186% 강한 만큼 고출력에도 버텨야 한다.

이러한 전기차의 특성에 기반해 한국타이어는 고유의 전기차 전용 타이어 기술 ‘아이온 이노베이티브 테크놀로지’를 정립해 아이온에 적용했다.

△아이 사운드 업조버(저소음 특화) △아이 슈퍼 마일리지(사용 거리 강화) △아이 퍼펙트 그립(그립력 강화) △아이 익스트림 라이트니스(경량화 및 낮은 회전저항) 등 4가지 요소가 바로 그것인데, 이는 어디까지나 전기차에 최적화된 성능을 제공하고자 함이다.

김승현 팀장은 “(아이온 제품군에는) 고유의 58개의 전기차 전용 특허 기술이 포함돼 있다”라며 “차량부터 연구해서 타이어에는 어떤 성능들이 보완되고 소비자들에게 제공됐을 때 가장 만족스러울지 생각해서 기술을 개발했다. 내마모성, 저연비, 그립감 등의 요소를 집대성해서 전기차 전용 기술력을 개발해 기술을 명명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한국 시장 핵심 판매 모델인 사계절용 타이어 ‘아이온 에보 AS’의 경우 기존 타이어 대비 전기차 장착 시 △소음 29% 절감△마모 감소 25% 이상 △배터리 절약 효과 6.3% △주행 안정성 20% 향상 등의 효과(한국타이어 자체 시험 결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이외에도 독일의 세계적 시험인증기관인 ‘TUV SUD(티유브이 슈드)’의 2022년 타이어 테스트에서도 브릿지스톤, 미쉐린 사의 전기차 전용 모델 대비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여기에 친환경 바람에 급격히 늘어날 예정인 전기차 수요 역시 전용 타이어 생산을 부추기는 요인. 한국타이어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약 530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전체 완성차 생산량의 55%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국내의 경우에도 전기차가 2030년 약 150만대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자동차 중 약 48%를 차지할 거라고.

지난 16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플렉스'에서 열린 '2024 한국 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박정호 한국타이어앤컴퍼니 마케팅총괄 겸 경영혁신총괄 부사장(오른쪽 첫 번째)이 기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지난 16일 경기도 판교 '테크노플렉스'에서 열린 '2024 한국 익스피리언스 데이'에서 박정호 한국타이어앤컴퍼니 마케팅총괄 겸 경영혁신총괄 부사장(오른쪽 첫 번째)이 기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김현일 기자

하지만 높아지는 친환경 기준, 가격 절감 등은 숙제

하지만 아직 과제도 있다. 최근 들어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높아지는 친환경 기준과 전기차 타이어의 높은 가격 등은 한국타이어 입장에서는 고민거리.

특히 지난해 말 유럽연합(EU) 이사회와 유럽 의회에서 잠정합의된 ‘유로7’(EURO 7)으로 불리는 최신 환경규제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자동차 배기가스 뿐 아니라 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가 마모되며 발생하는 분진(미세먼지) 역시 규제 대상이 된 것이 최근 업계의 화제 중 하나다.

아직 잠정 합의일 뿐이고, 발효 후 승용 30개월, 트럭 등은 48개월의 유예기간을 얻게 되긴 했으나 기준에 맞추지 못할 경우 자칫 가장 시장 중 하나인 유럽에의 수출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

이에 대해 이진영 상품전략팀 상무는 “소재의 친환경화, 미세먼지 절감, 검증된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타이어는 세계 최고의 서스테이너빌리티(지속가능성) 권위의 ISCC PLUS 인증을 세계 최초로 아이온 상품에 획득했다. 그래서 타이어의 분진 자체가 유해 물질로부터 구성돼 있지 않(은 셈이)다”라며 “아이온의 마모도 역시 현존 EV 상품을 포함해 모든 타이어들 대비 우수하다. (하지만) 소재를 친환경으로 구성하고 마모를 안정화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석유를 쓰지 않는 친환경 제품으로 만들 수 없느냐는 질문에 박정호 부사장은 “비석유계 타이어와 관련해서는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 물론 환경 측면에서는 반드시 이 부분으로 가야 하는데, 지금 저희는 근본적으로 재생 재료 위주로 가고 있다”라며 “일부는 쌀겨나 이런 쪽에서 가져오는 재료도 있긴 하지만 그 재생이라는 것이 결국 석유 재료를 다시 재활용하는 측면으로 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경우 가격 면에서 일반 타이어 대비 높은데, 전기차 판매량이 늘면서 전기차용 타이어 판매량이 같이 늘어나는 ‘규모의 경제’ 이외에는 아직 혁신적인 가격 절감 기술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김승현 팀장은 “(아이온은) 신기술이나 원료 같은 것들을 많이 적용했기 때문에 그것에 맞춰서 가격이 조금 더 고가에 형성될 수밖에 없었다”라며 “(전기차) 대중화가 되고 그런 것들이 좀 활성화가 돼서 수요, 공급이 맞아간다면 가격이 당연히 내려갈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으나, (앞으로) 어떨 거라는 예측을 드리기엔 조금 시기상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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