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민원에 쓰러지는 이들…있으나 마나 한 감정노동자 보호법

악성민원에 쓰러지는 이들…있으나 마나 한 감정노동자 보호법

한스경제 2024-05-05 11:30:00 신고

3줄요약
29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공노총, 악성 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악성민원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영정이 무대로 이동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4.29
29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공노총, 악성 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악성민원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영정이 무대로 이동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4.29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지난 3월 온라인에 신상이 공개돼 항의성 민원에 시달린 김포시 9급 공무원 30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후 50일 만에 또 다른 김포시 소속 40대 공무원 B씨가 ‘일을 못 마치고 먼저 가 죄송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남기고 사망했다. 2일에는 화성에서 40대 공무원 C씨가 한 도로 위에 세워진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민원 공무원에 대한 민원자의 폭언과 폭행을 막기 위해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지난 2018년부터 입법화 됐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공무원에 대한 민원인들의 지나친 '갑질'은 이전에도 끊임없이 반복돼왔다고 호소한다.

공무원에 대한 민원인들의 도를 넘은 행태가 이어지면서 정부가 마련한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 공무원 보호 강화대책'이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민간 공무원 절반, 감정노동으로 인한 피해에도 '참아'

인사혁신처가 지난해 12월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1만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무원의 직무수행 관련 감정노동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감정규제·감정 부조화·조직 모니터링 등 각 진단 영역에서 공무원들의 감정노동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 '위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노동 원인으로는 △장시간 응대·무리한 요구로 업무 방해(31.7%) △폭언·협박(29.3%) △보복성 행정제보·신고(20.5%) 등이 꼽혔다.

감정노동 대응 방법으로 '개인적으로 참아서 해결한다'(46.2%)에 가장 많은 답변을 했고, △주변 동료와 상담(21.5%) △상사에게 도움 요청(16.4%) △상대방에게 항의(7.4%) 등이 뒤따랐다.

특히 감정노동으로 인해 신체·심리적 질병으로 번지는 경우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음'(61.1%)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2019년 3만8054건, 2020년 4만6079건, 2021년 5만1883건으로 늘었다가 2022년 4만1559건을 기록했다.

현장에서는 이같은 민원인의 위법행위가 공무원에 대한 마땅한 보호장치가 없고, 위법행위에 대한 적절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의 실제 설문에서도 위법행위가 일어나는 원인 중 가장 많이 선택된 답이 ‘처벌 미흡’(17.4%)이었다. 이들 중 응답자의 98.9%가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다.

29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공노총, 악성 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4.29
29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공노총, 악성 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4.29

◆ 전공노 "예산과 인력 충원 없이는 먼 나라 얘기"

민원 공무원의 감정노동 피해를 막기 위해 2018년 10월부터 감정노동자 보호법 시행 중이다. 보호법에 따르면 고객의 폭언 등으로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우려되는 경우 업무를 일시 중단하고 휴식 및 치료를 보장하는 것을 사업주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감정노동자들이 폭언 등을 경험하면서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유명무실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무 중 민원인으로부터 피해를 입어도 법에는 가해자 처벌 규정이 없고, 강제성도 없다는 게 이유다.

정부가 이번에 마련한 대책이 악성민원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만 눈에 띄는 대책으로 기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도록 악성 민원 전담 대응조직을 만들고, 법령에 폭언·폭행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에 기관이 법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원칙'으로 명시하도록 한 것이다.

공무원 노조 단체들은 현장의 요구가 대부분 반영됐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만성적인 공무원 인력난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은 2일 성명을 통해 "정부 대책에는 인력, 예산이라는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있다. 김포시 사례에서 보듯이 일선 현장에서 공무원들은 감당할 수 없는 민원과 업무에 시달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각 기관의 전담대응팀 구성은 의무가 아닌 권장 수준이다"라면서 "현 정부의 작은 정부 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부자감세·경기불황으로 세수가 감소해 예산이 축소된 상황에서 민원부서 인력충원이나 전담대응팀 구성은 먼 나라 얘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욕설·협박·성희롱 시 민원 종결, 사전고지 후 통화 전수녹음, 민원처리 지원 AI 도입, 기관 차원의 악성민원 대응 등 마련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29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공노총, 악성 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4.29.
29일 오후 서울 시청역 앞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공노총, 악성 민원 희생자 추모 공무원노동자대회가 열리고 있다. /최대성 기자 dpdaesung@sporbiz.co.kr 2024.04.29.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