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액터스 체어, 홍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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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액터스 체어, 홍정민

바자 2024-10-06 08:00:01 신고

재킷은 Bmuet(Te). 셔츠는 Lewitt. 패턴 뷔스티에 톱, 스커트는 Vivienne Westwood. 이너 튤 스커트는 Simone Rocha. 목걸이는 Underground England. 부츠는 Loewe.


하퍼스 바자 어제는 뭐했어요?

홍정민 원래 쉬는 날이었는데 다음 달에 촬영할 영화 리딩이 급하게 잡혀서 일했어요. 인터뷰 답변을 더 준비해야 했는데….

하퍼스 바자 이번 영화는 장편인가요?

홍정민 네, 가족 이야기이고 거기서 딸 역할이에요. 배우 김정태 님이 연출하는 첫 영화이고요. 이제 곧 촬영하러 부산으로 내려가야 해요.

하퍼스 바자 요즘 스케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단편영화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로 다양한 영화제에 초청받았잖아요.

홍정민 그 영화 덕분에 올해 유독 많은 영화제에 가게 되었어요. 신기하고 감사하고 제가 그 영화에서 연기를 잘한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해요. 여러 영화제에 다니면서 여행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어요.

하퍼스 바자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이 있나요?

홍정민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하는데 어느 관객분이 영화 속에서 한슬이 불렀던 김범룡 님의 ‘겨울비는 내리고’를 한 소절 불러달라고 하셨어요. 순간 긴장됐지만 영화제 분위기가 워낙 좋아서 많이 떨지 않고 노래할 수 있었어요. 노래가 끝나고 관객분들이 박수 쳐줄 때는 정말 기분이 좋던데요.

하퍼스 바자 의외로 많은 배우와 감독이 관객과의 대화 자리가 떨린다고 해요.

홍정민 맞아요. 그래서 이번에 정동진에 가기 전에 〈인터뷰하는 법〉이라는 책도 사서 읽었어요.

하퍼스 바자 그건 인터뷰를 당하는 입장이 아니라 인터뷰를 하는 법에 대한 책 아닌가요?

홍정민 맞아요.(웃음) 그래도 읽다 보니 도움이 되더라구요. 인터뷰어가 어떤 마음으로 인터뷰를 기획하고 섭외하고 질문지를 만드는지를 알게 되니까요.

하퍼스 바자 그렇군요. 그런데 왜 관객과의 대화 때 유독 긴장되는 것 같아요?

홍정민 혹시 제가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관객분들이 실망하실까봐 그런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본인한테요, 아니면 작품에 대해서요?

홍정민 둘 다인데 특히 작품에 피해가 가진 않을까 걱정이 돼요. 방금 본 영화의 감상을 깨버릴까봐.

하퍼스 바자 본인의 답변이 흡족하지 않았던 날에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거기에 대해 생각하나요?

홍정민 아뇨. 아쉽지만 다음에 잘 준비해서 가자, 하고 빨리 털어버려요.

하퍼스 바자 건강한 태도 같아요. 실수에 집착하면 오히려 안 좋은 기억만 남게 되니까요. 그래서 오늘의 인터뷰는 혹시 얼마나 준비했어요?

홍정민 보내주신 질문지를 학교에서도 보고, 쉬는 시간에도 보고,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줄곧 생각했어요.

하퍼스 바자 어떤 질문이 가장 까다롭다고 느꼈어요?


홍정민 ‘스스로 생각하는 홍정민’요. 솔직히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 질문을 보면서 생각해봤는데, 저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지만 친해지고 나면 그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싶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고 싶어하는 사람이에요.

하퍼스 바자 낯을 많이 가린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요. 인터뷰하는 내내 이렇게 제 눈을 또렷이 바라보고 있잖아요.

홍정민 저 지금 정말 노력하고 있어요.(웃음) 장편영화 〈아이들은 즐겁다〉 촬영할 때가 생각나요. 리딩 때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눈을 몇 초간 바라보기’ 같은 활동을 했어요. 제가 눈동자를 자꾸 이리저리 피하며 움직였거든요. 이지원 감독님이 사람의 눈을 마주치기 어렵다면 미간을 봐라, 라고 하셨어요. 나름의 팁을 얻은 거죠.

하퍼스 바자 그렇군요. 옆에 있는 사람을 즐겁게 해주고 싶다고 했는데, 그건 어떤 마음인가요?

홍정민 같이 있으면 어쩐지 편안한 사람이고 싶어요. 정민이랑 있으면 되게 즐겁네,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퍼스 바자 친구들이 그렇게 말해준 적 있어요?

홍정민 저한테는 아주 친한 친구가 한 명 있는데, 평소 고민이 많은 친구거든요. 제가 그 친구 얘기를 잘 들어주고 좋은 말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친구한테도 보였나 봐요. 너랑 이야기하면 엄청 즐거워, 라고 말해준 게 인상 깊어요.

하퍼스 바자 친구에게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인 것 같아요. 학교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어요? 연기 생활과 병행하고 있을 텐데.

홍정민 수업도 열심히 듣고, 쉬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수다도 많이 떨어요. 또, 교내 밴드부 보컬 활동도 하고 있어요.


드레스는 Lee Y. Lee Y. 이어커프는 Portrait Report.


하퍼스 바자 노래도 잘하잖아요.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에도 노래 부르는 장면이 아주 중요한데, 혹시 캐스팅에도 노래 실력이 영향을 미친 건가요?

홍정민 그건 아닌 것 같아요.(웃음) 감독님이 오히려 노래를 너무 잘 부르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기교를 빼고 불러달라고 하셔서 그런 연습을 더 많이 했어요.

하퍼스 바자 오히려 실력을 자제한 거군요. 완성본을 봤을 때 어땠어요?

홍정민 노래 장면 찍을 때는 하필 감기에 걸려 있어서 좀 아쉬웠어요. 그리고 전반적으로는 제 연기에는 만족했어요.

하퍼스 바자 원래 스스로의 연기에 만족을 하는 편이에요, 아니면 유독 그 작품이 만족스러웠나요?

홍정민 유독 그 작품이 그랬던 것 같아요. 약간 만화적인 캐릭터이다 보니 제가 해온 연기보다 과장되게 해야 했고, 그러면서도 대화 장면에서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야 하니까 어려웠어요. 그 사이에서 톤을 조율하면서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하퍼스 바자 연기할 때 가장 어렵게 느꼈던 장면은 뭔가요?

홍정민 주인공 한슬이 청소년 요실금을 겪고 있는 설정이잖아요. 교복을 입고 달리다가 옷에 오줌을 싸버리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의 표정 연기가 어려웠어요. 참고 있던 걸 놓아버리니까 편안한데, 놀랍고 혼란스럽고 수치스럽기도 한 복합적인 감정을 얼굴에 담아내야 했어요. 감독님과 사전에 연습을 많이 했던 장면이에요.

하퍼스 바자 지금은 오디션보다는 출연 섭외가 더 많이 들어오지 않나요? 어떤 기준으로 작품을 고르나요?


홍정민 엄마가 1차로 걸러주시긴 해요. 아주 자극적인 작품이나 제 나이에 맞지 않은 작품들 위주로 거르시는 것 같아요. 그 밖에 저에게 오는 작품은 다 해요.(웃음) 촬영 기간이 너무 겹치지만 않으면요.

하퍼스 바자 그렇게 하는 이유가 뭐예요?

홍정민 하다 보면 찾아주는 분들이 점점 많아질 거고, 또 새로운 영화제에 가게 될 수도 있고, 무엇보다 촬영은 힘들지만 재미있잖아요.

하퍼스 바자 스스로 영화인이라고 생각하나요? 드라마보다는 영화 쪽 커리어에 좀 더 집중하는 것 같아서요.

홍정민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닌데, 제가 드라마상은 아닌가 봐요. 영화 쪽에서 많이 불러주세요. 제 생각엔 드라마에 나오는 분들은 엄청 예쁜데, 제 얼굴은 그렇게 예쁘다기보다는 개성 있는 편인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꼭 그렇다기보다는 다 때가 있잖아요. 지금은 영화 매체와 좀 더 인연이 깊은 시기일 수도 있죠. 그리고 영화는 관객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잖아요.

홍정민 그렇죠. 관객분들이 “영화 잘 봤어요”라고 건네주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뭐랄까.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요.

하퍼스 바자 영화 촬영은 힘들지만 재밌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힘들어요?

홍정민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고, 제가 어려워하는 감정 장면들이 있어요. 특히 미세한 얼굴 표정 하나까지 다 보이는 클로즈업 신을 찍을 때 긴장이 돼요.

하퍼스 바자 현장에서 모니터링도 하죠? 감독과 어떻게 소통하는 편이에요?

홍정민 감독님이 좋다고 하셔도 제가 한 번 더 연기하고 싶을 때는 꼭 이야기해요. 아무래도 제 연기가 별로였던 것 같으면 괜찮았냐고 감독님께 계속 물어봐요. 한 번의 기회라도 더 얻기 위해서요.

하퍼스 바자 프로페셔널한 배우군요. 시나리오는 어떻게 분석하나요?

홍정민 처음 대본을 받아서는 밑줄 치지 않고 전체를 읽어요. 지문, 상대방 대사까지 정독하죠. 그 후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제 대사 부분에 밑줄 치고, 어떤 느낌으로 그 대사를 말해야 되는지 떠올리면서 그 옆에 메모해요. 그렇게 글을 쓰면서 분석을 하죠. 세 번째 읽을 때부터는 외우기 시작해요.

하퍼스 바자 그건 어디서 배운 방식이에요, 아니면 본인의 노하우인가요?

홍정민 제 방식이에요. 예전에 연기학원에 다닐 때는 대사 옆에 무조건 표정까지도 그려 넣었어요. 그때는 그게 맞는 거고 정답인 줄로만 알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제 방식대로 해야 캐릭터 분석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볼륨 러플 드레스는 Patou. 도트 패턴 드레스는 Bmuet(Te). 이어커프는 Portrait Report.


하퍼스 바자 감독이 원하는 연기와 내가 분석한 연기의 톤이 다를 수 있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하나요?

홍정민 현장에 가서 그걸 발견하면 최대한 감독님의 디렉팅에 맞춰서 연기하려고 노력해요.

하퍼스 바자 2010년생인데 데뷔한 지 벌써 10년 정도 되었어요. 이 길에 어떻게 들어서게 됐는지 좀 들어볼까요?

홍정민 다섯 살 때 〈트로트의 연인〉이라는 드라마를 정말 재밌게 봤어요. 에이핑크의 정은지 님이 주인공이었는데 제가 그분 팬이었거든요. 그때부터 드라마 대사를 외우고 따라 하고 엄마한테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달라고 조르고 그랬어요. 키즈 모델은 네 살 때부터 했는데, 그 무렵부터 연기가 하고 싶어서 연기학원에 다니게 됐어요.

하퍼스 바자 어린 나이에도 하고자 하는 게 뚜렷했군요. 연기학원은 어땠어요?

홍정민 발성, 발음을 배웠는데 집에서도 혼자 열심히 연습해 갔어요. 그런데 막상 학원에 가서 잘 안 되면 속상해서 엄청 울었어요.

하퍼스 바자 다섯 살 때요?

홍정민 저랑 같이 수업 듣는 애들도 그땐 다 그랬어요.(웃음) 쟤는 잘하는데 왜 나는 저렇게 안 되지? 속상하고 아쉽고. 연기 배울 때도 최대한 노력해서 연습해 갔는데 선생님이 그런 느낌이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면 또 속상해서 혼자서 막 울고.

하퍼스 바자 그렇게 몇 년 정도를 보냈어요?

홍정민 한 초등학교 4학년까지 그랬던 것 같아요. 그 무렵에 작품에 들어가게 되면서 학원을 다니지 않게 되었어요. 가끔 작품에 따라 연기 수업이 필요하다 싶으면 수업을 듣는 정도예요.

하퍼스 바자 첫 드라마가 〈마더〉였죠?

홍정민 맞아요. 그때 바다에서 촬영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너무 추운 거예요. 같이 연기하는 언니는 바다에도 들어갔는데 저는 그저 그 앞에만 서 있었는데도 못 견디게 추워서 그만 울어버렸어요. 내가 엄살이 심한가? 자책했던 기억이 나요.

하퍼스 바자 본인의 연기를 처음 TV에서 봤을 때 어땠어요?

홍정민 솔직히 잘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래도 처음 TV에 나왔다 보니 집에서 “나 TV 나왔어!” 이러면서 엄청 좋아해했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이 인터뷰를 읽는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자신의 작품이 있다면요?

홍정민 두 작품을 추천하고 싶어요. 하나는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 그리고 〈이부자리〉요. 둘 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단편 작품들이에요. 〈이부자리〉는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와는 달리 좀 더 성숙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를 맡았어요. 또, 평소 저라는 사람의 느낌이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묻어 있는 작품이고요. 두 영화를 나란히 보시면 저의 입체적인 면모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하퍼스 바자 두 작품을 각각 홍정민의 언어로 소개한다면요?

홍정민 〈헨젤: 두 개의 교복치마〉는 지금 갖고 있는 불안과 고민이 엄청 크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나중에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부자리〉는 약간 몽환적이라 설명이 까다로운데, 엄마들이 여행을 떠나서 사촌 언니와 하룻밤을 보내는 이야기인데, 둘 다 아빠의 부재라는 공통점이 있는 인물이거든요. 서로 공감하고 의지하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하퍼스 바자 배우라는 직업을 어떻게 생각해요?


홍정민 배우는 타인에게 어떤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진심으로 연기하는 배우가 돼서,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하퍼스 바자 쭉 연기만 할 계획인가요?

홍정민 고등학교에 가서도 계속 연기를 할 거예요. 그런데 음악도 해보고 싶어요. 장르는 가리지 않지만 특히 록을 좋아해요. 아이돌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하퍼스 바자 좋아하는 아이돌이 있나요?

홍정민 태연, 라이즈, 에스파요. 아침에 등교 준비할 때 태연 님의 ‘happy’를 들으면 정말 신나요. 왠지 기분이 좋아져요.

하퍼스 바자 연기를 하고 난 뒤 좀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나요?

홍정민 너무 어렸을 때부터 연기를 해서 그런 건 잘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이제 스스로 좀 더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가고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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