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링앤딜링 옆 타이 퀴진, 호라파
김인선 디렉터는 맛집의 격전지 서촌에서 호라파를 골랐다. “적정한 가격에 적당한 메뉴 수. 4인이 가서 모든 메뉴를 먹어보길 권합니다.” 짧지만 묵직한 그 말인즉슨 모든 메뉴가 다 맛있다는 거였다. 호라파는 태국 바질로 태국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재료. 주인이 태국에서 보조 셰프로 일하던 시절 수없이 손질해야 했던 재료로 기본과 추억을 상기하며 지은 이름이다. 이곳의 요리는 아직 우리나라에서 대중화되지 않은 현지의 요리를 지향하지만 특정 지역에 속하지 않은 새로운 색을 덧입힌 요리라 말할 수 있다. 호라파를 찾는 사람들이 반드시 맛을 본다는 카이 룩 커이는 방콕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삶은 달걀을 튀겨 달콤한 피시 소스를 뿌려 먹는 간단한 한 접시다. 호라파에서는 볶음밥에 올라가는 튀긴 달걀 프라이인 카이다오 스타일로 유정란을 재해석해 모양과 식감을 다르게 한다. 익숙한 똠양 수프도 강황을 넣어 맑지만 강렬한 맛이 나게 끓여낸다. 해산물에 강황 즙을 뿌려 신선함을 유지했던 것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통창을 통해 호젓한 산세를 보면서 진이나 내추럴 와인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37-1 2층
피크닉 옆 파인 다이닝, 기가스
미학과 함께 미식의 경험도 전하던 피크닉에서 제로 컴플렉스가 자리를 비운 후 어떤 레스토랑이 자리할지 많은 관심이 일었다. 전시 «정원 만들기»로 인해 생겨난 정영선 조경가의 정원과 어울리는 팜투테이블 기가스는 피크닉을 더 완전한 공간으로 만드는 모습이다. “‘셰파니스’의 앨리스 워터스나 ‘블루힐’의 댄 바버 같은 셰프를 흠모해왔던 사람으로서,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음식을 완성하는 기가스의 정하완 셰프 음식을 접하고 놀랐습니다. 삶은 완두콩 하나를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희한한 경험을 한 뒤 그 이유를 알고 싶어 농장에도 방문했습니다. 오래된 한옥집에서 가족과 함께 만들어가는 ‘와니농장’을 보고 나니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김범상 대표의 열렬한 추천 이유는 기가스를 설명하는 충분한 단서가 된다. 독일의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라비에’ 등 유럽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정하완 셰프는 결국 땅을 찾아 한국으로 회귀했다. 자연을 테이블에 올려 손님들에게 전달해주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서. 그래서 요리를 정해놓고 필요한 재료를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날씨나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키운 농작물로 요리를 만든다. 신선한 허브와 채소, 흙맛과 산미가 도는 염소 치즈 등을 사용해 숲속의 맛을 표현한다.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6가길 30 3층
N/A 옆 이자카야, 로바타카미
“을지로 4가 N/A(엔에이)는 젊고 멋진 현대미술 작가들의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이라 자주 가는 편이에요. 전시를 보고 로바타카미에서 의외로 한국적인 참소라숙회와 엄청난 그릇에 나오는 시그너처 메가 야키소바를 생맥주와 먹습니다!” 요즘 을지로는 일본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지화된 가게들이 많다. 로바타카미는 지금은 널리 퍼진 콘셉트를 처음 시작한 곳이라 자부한다. 일부러 복잡한 골목 끝에 가게를 내 퇴근길 직장인들이 신나는 발걸음으로 들르는 숨은 고수의 집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다양한 코카콜라를 수집한 사장님의 컬렉션과 일본의 옛 장난감들로 둘러싸인 내부는 한층 분위기를 더한다. 2대째 요리를 하는 환경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요리를 선택했지만 주종목을 찾지 못하던 사장님은 일본 친구들과 교류하다 일본의 닭 요리인 지도리에 빠진다. 야키토리 가게를 먼저 오픈한 만큼 이곳의 메인 메뉴도 기막히게 구운 세세리 구이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연 두 번째 가게인지라 식사 대용의 야키소바와 회 대신 무생채와 내는 참소라숙회를 킥으로 맛보자. 다소 대중적인 메뉴라고 망설이지 말길. 3대로 내려오는 손맛은 어디 가지 않는다.
주소 서울시 중구 수표로 42-9
박의령은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예술 종사자들이 작품을 보는 능력만큼 맛있는 집을 선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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