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옆 피체리아, 비바나폴리
스페이스K가 위치한 마곡지구는 서울에서도 개발된 지 몇 년이 채 안 돼 상권이 자리 잡아가는 중인 지역이다. 관람객들이 맛집 문의를 자주 해 미술관에서는 ‘마미길(마곡미술관길)’이라는 맛집 가이드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관 직원의 사심 있는 맛집 탐방’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활동할 만큼 진심이다. 포스팅된 50여 개의 맛집 중에서도 신사임 큐레이터가 적극 추천한 곳은 나폴리식 화덕 피자를 파는 비바나폴리. 파인 다이닝에서 합을 맞춘 셰프와 매니저가 피자라는 메뉴로 의기 투합해 2년 전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이유에 대해 비바나폴리가 내놓은 답은 간단명료하다. 24시간 사전발효시킨 반죽을 본 반죽에 섞어 16시간, 총 2~3일 정도 숙성시킨 다음 장작으로 불을 피운 화덕에 굽는다. 도우의 두께와 온도 등 나폴리 피자(비바나폴리는 협회 인증을 받았다) 만들기에 부합하는 8가지 조건을 잘 지키는 것. 기본을 충실히 지켜 현지의 맛을 재현하고 비바나폴리만의 풍미를 섞어 완성한다. “테라스가 있어 화창한 날 야외 좌석에서 칼라마리나 피자에 맥주를 즐기기 좋아요. 서울식물원까지 묶어서 방문하면 서울 서부 문화의 날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주소 서울시 강서구 마곡중앙로 76 101호
페이스갤러리 옆 와인 바, 방방
“한남동에는 팬시한 미쉐린 레스토랑이 많지만 해외에서 한국을 방문한 갤러리 스태프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은 바로 여기죠.” 김경미 큐레이터는 신흥시장 안의 방방을 소개하며 캐주얼하면서도 세심한 요리, 와인이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공간이라고 덧붙였다. 방방은 신흥시장이 지금의 북적거리는 모습을 갖추기 전인 2022년에 자리를 잡았다.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이기욱 셰프는 호주에서 고든 램지가 연 ‘메이즈 멜번’을 거쳐 런던과 홍콩 등 여러 나라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경험하고 코로나 시기 잠시 서울에 들어왔다 운명처럼 자신의 식당을 차렸다. 골목 한편에서 커피를 마시다 문득 본인이 생활했던 파리의 마레지구나 홍콩 거리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를 발견하고 즉흥적으로 시작한 것. 방방에서는 셰프의 여정이 쌓인 세심한 미식을 즐길 수 있다. 낮은 온도로 수비드한 새우에 대파기름과 고추기름을 끼얹고 크림과 자몽을 올린 시그너처 메뉴 프라운은 꼭 맛봐야 하는 음식이다. 새우의 생소한 식감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재료의 온화한 조화가 눈을 번쩍 뜨이게 한다. 와인 바의 본분에 맞게 1백여 종이 넘는 와인 리스트와 셰프만의 프라이빗 리스트도 준비되어 있지만, 페어링보다는 먹고 싶은 음식과 와인을 즐기도록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흐르는 곳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신흥로 99-9
페로탕 도산파크 옆 카페, 천장지구
천장지구(天長地久)는 〈노자〉에 나오는 한 구절로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치 않는다”는 영원성을 담고 있는 말이다. 오래도록 변치 않는 편안함을 손님들에게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름 붙였다. 어떤 세대에게는 아직도 뇌리에서 지울 수 없는 홍콩 영화의 제목이기도 하다. “홍콩 누아르나 멜로영화 특유의 쓸쓸함과 처연함, 독특한 노스탤지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아요. 앤티크 의자나 카펫, 조명, 소품 하나하나에 주인의 애정이 묻어나요. 카페 문을 여는 순간 서울 한복판임을 잊고 다른 시공간에 온 것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거예요.” 박혜미 큐레이터는 매혹적인 공간 소개와 함께 도미빵을 꼭 먹을 것을 추천했다. 사시사철 사랑받는 이곳의 도미빵은 붕어빵과 비슷하지만 뭔가 달랐다. 버터와 마즙으로 한 끗 차이를 만들어냈고 치즈처럼 늘어나는 떡과 팥앙금의 조합으로 쐐기를 박았다. 작은 델몬트 병에 오렌지 주스와 커피를 섞은 카페 오렌지는 바리스타인 사장님의 추천 음료로 도미빵과도 의외의 합을 자랑한다. 시즌별로 새로운 음료와 디저트 메뉴를 내놓는 것도 이곳의 특징. 가을철을 맞아 준비 중이라는 밤 디저트도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150길 51 2층
박의령은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예술 종사자들이 작품을 보는 능력만큼 맛있는 집을 선별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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