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 등에서 유입되는 저가 철강재로 인해 위기에 놓인 철강업계가 생존을 위해 관세장벽을 높이고 있다. 국내 건설경기가 얼어붙고, 철강 수요가 지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자 생존을 위한 최후 배수진을 친 셈이다. 이미 일부 철강사들은 공장 가동을 멈추고,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쉽게 불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이 중국과 일본 등에서 수입되는 저가 철강재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철강제품이 국내 대비 평균 20~30% 저렴하게 판매되자, 국내 기업들마저도 수입 철강재를 선호하며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탓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 수입 열연강판은 총 342만 7537톤으로 집계됐다. 이 중 중국은 약 153만톤, 일본은 177만톤을 차지하고 있다. 그간 일본 철강 산업은 내수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국내 철강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지만, 올해 역대급 엔저 현상이 나타나며 국내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열연강판과 함께 핵심 철강재로 분류되는 후판 수입 물량도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중국산 후판 수입 물량 공세가 눈에 띈다. 지난 2021년 47만톤에 불과했던 중국산 후판 수입규모는 지난해 131만톤으로 2년 새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0월 기준 104만톤에 달한다.
저가 수입산 철강재 유입으로 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공장 가동률은 매년 하락세다. 한때 90% 가까웠던 공장 가동률은 매년 하락해 현재는 60~70%에 머물고 있다. 결국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과 포항1제강공장을 폐쇄하고 현대제철도 최근 포항2공장 폐쇄를 추진 중이다.
실적도 덩달아 고꾸라졌다. 포스코의 3분기 철강 부문 영업이익(4380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39.8% 감소했고 현대제철(영업이익 515억원)과 동국제강(215억원)도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77.4%, 79.6% 줄었다.
이에 현대제철은 최근 최후의 수단으로 수입 후판과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AD) 제소 카드를 꺼냈다. 제소 대상은 후판의 경우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만, 열연강판은 중국과 일본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중국산 후판 관련 반덤핑 제소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이를 받아들여 지난 10월 산업피해 조사에 돌입했으면 이르면 내년 1월 예비판정을 통해 잠정 덤핑방지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기업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국내 철강산업 경기는 여전히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불황 지속으로 인해 중국 및 일본의 저가 철강 제품 공세와 함께 트럼프 2기의 관세 폭탄, 전기료 인상까지 겹쳐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국과 함께 일본산 저가 철강재들까지 국내에 대거 유입되며 국내 철강 시장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며 “반덤핑 제소를 통해 무역 장벽을 높이더라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트럼프 리스크 등이 겹쳐 내년에 국내 철강산업은 불황의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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