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실패하면서, 그 과정에서 영풍이 벌인 주주총회 전략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히 정기주주총회 당일, 법원으로부터 의결권 행사 관련 가처분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은 직후 주식배당을 기습 확대하며 판결을 사실상 무력화하려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배당 안건을 주총 의안 순서까지 바꿔가며 지연시킨 끝에, 배당 규모를 1주당 0.035주에서 0.04주로 확대한 것이다. 겉으로는 주주 환원을 위한 조치라고 했지만, 실상은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회복을 노린 편법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30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고려아연 정기주총 전날인 27일 자사 주총에서 기습적으로 주식배당 확대를 밀어붙이며 ‘상호주 해제’를 공표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법원의 가처분 판결을 정면으로 무력화하려는 의도적 전략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영풍이 이 같은 행보를 통해 '상호주 해제'를 공표하며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전략을 펼쳤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는 고려아연의 해외 자회사 SMH가 영풍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고 있어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고, 이로 인해 영풍은 고려아연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주식배당으로 신주 6만8천805주가 발행되면서 SMH의 지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고, 영풍은 이를 근거로 "상호주 제한이 사라졌다"며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 부활을 주장했다.
문제는 주총 당일 이 같은 주식배당 확대가 어떻게 이뤄졌느냐에 있다. 배당 안건은 원래 제1호 안건이었으나, 영풍은 이를 주총 말미로 미루고 주총 자체도 오후 2시 시작 예정이었음에도 5시간 가까이 지연시켰다. 결국 밤 10시 가까운 시각에 배당 확대가 확정되자, 영풍은 이를 언론에 알리며 상호주 해제 사실을 강조했다. 배당 확대 자체가 기습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투자자들은 영풍이 배당 규모를 소폭 올린 것도 법적 분쟁 시 불리한 판단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너무 노골적인 배당 확대는 향후 법원의 실질 판단에서 ‘의결권 회복을 위한 탈법 행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에, 수위를 조절했다는 분석이다.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그럴 거면 확실하게 하지, 쫌스럽다”, “눈 가리고 아웅” 등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영풍 측은 “일부 소액주주들이 배당이 적다고 불만을 제기해 1호 의안을 뒤로 미뤘고, 이에 따라 0.04주로 확대하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0.005주 수준의 증가가 실질적인 주주 요구 반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냉소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투자자들은 영풍이 결국 의결권 회복을 목표로 이번 배당 확대를 기획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계선만 넘자는 전략이 오히려 실효성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배당 확대 논란은 앞서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전량을 신설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긴 사건과도 연결된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해당 지분은 약 3조9천265억 원 규모로 영풍 총자산의 70.52%, 자기자본 대비 91.68%에 해당하는 핵심 자산이다.
고려아연 측은 이를 두고 “회사가 가장 중요한 자산을 주주 동의 없이 기습적으로 이전한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너 일가의 무리한 M&A 집착이 회사의 중장기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한편 영풍은 28일 열린 고려아연 정기주총에서 당초 목표였던 17명 중 10명의 이사를 선임하는 데 실패하고, 단 3명의 신규 이사 진입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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