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건히 올려지고 있었던 걸까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굳건히 올려지고 있었던 걸까

문화매거진 2025-03-31 10:48:21 신고

▲ 최근 모임에서 촬영한 이미지. 음식과 술 등을 준비하고 다 같이 모여 아주 긴 대화를 한다. 작업 이야기도 있지만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많다 / 사진: 구씨 제공
▲ 최근 모임에서 촬영한 이미지. 음식과 술 등을 준비하고 다 같이 모여 아주 긴 대화를 한다. 작업 이야기도 있지만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많다 / 사진: 구씨 제공


[문화매거진=구씨 작가] 동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같이 자라거나 늙고 있다. 개인 작업 발표만으로도 덜덜 떨던 시간과(다른 사람들이 떨었는지는 모른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한숨을 푹푹 쉬며 머리를 쥐어 잡고 읽던 몇 권의 책이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 서로가 각 개인의 작업의 역사를 훑었고 이제는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주거나 언뜻 알게 된 관련 자료를 자연스럽게 넘겨준다. 나와 다른 시간을 통과하며 쌓여왔던 처음 마주한 벽들은 같이 쌓아간 시간 동안 계단을 만들어 이제는 조금은 수월하게 오고 갈 수 있게 되었다. 가끔 따뜻하고 작은 핑크색의 하트를 다 큰 어른들에게서 종종 발견한다. 이것이 나만의 기쁨은 아니기를…

찾아보면 나오는 보물 같은 시간이 많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도 나이를 먹고 어디서 어른 취급을 당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그들이 귀여워지고 마는 이상한 현상이 발생 중이다. 내가 이 글에서 말하고 있는 이들은 정말 다 큰 어른이다. 그들을 귀여워하는 마음은 작은 주머니에 욱여넣고 이들을 존중하겠다는 생각을 불러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고정시킨다. 

다른 곳에서 이들이 마이크 앞에 서게 된다면 친분을 과시하지 않고 묵묵하게 뒤에 서서 가장 큰 박수를 칠 것이며,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인사하기보다 정중하고 조심스럽게 대할 것이다. 꽃을 다발로 사서 왕관을 만들어 머리 위에 올려주고 싶다는 생각은 상상으로만 남겨두겠다고 다짐하며 계속해서 빵빵해지는 마음을 감출만한 점잖은 행동을 떠올려본다.

옆에 나란히 앉아 시시껄렁한 말장난에 웃거나 장난스럽게 정색하는 시간 속에 같이 박제된 동료들은 가끔 어떤 전시의 작가가 된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 아주 멋진 전시의 작가가 될 것만 같다. 이것은 나의 상상이자 계획이고 미래다. 이건 내가 그들을 존중해야만 하는 이유다.

슬쩍 눈치 보며 생각해 본다. 우리가 지나온 과거의 시간들이 길었을까? 길었다면 길었고 짧았다면 짧았다. 사실 너무 짧아서 뒤돌아보았을 때 시간이라는 것을 볼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잘 보이지 않는 시간, 그것 하나 보내는 게 참 어려웠다. 그냥 흐르는 게 시간이지만 그 흐르는 시간과 함께 삶 속에 같이 지내는 게 참 고되다. 아직도 언제까지 작가로 살 수 있을지 확신은 없다. 어쩌다 보니 작가로 살게 되었고 어쩌다 보니 어디 가서 작가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정말 모르겠지만 나이가 많아질 무렵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햄스터 쳇바퀴, 캣휠, 동그란 지구, 열차의 운행 시간처럼 반복되고 반복되어야만 하는 시간이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간에 제출해버린 가슴 떨리던 지원서들, 눈앞에서 내 심장이 뛰는 것만 같았던 면접의 순간, 너무 일찍 도착한 남의 전시 오프닝, 말실수, 한숨, 작업 포장, 설치, 점점 무거워지는 백팩, 사계절 비슷한 옷차림, 해진 헤드셋, 2번째 작업실, 연체된 책들, 몰래 깨버린 주택청약 그렇게 내가 지나온 것들은 찬찬히 살펴보면 많겠지만 지나온 시간이 짧다. 짧은 시간 동안 다들 꽤나 빠르게 커갔다. 

최근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게 된 것은 서로의 작업을 훑어보고 이야기를 나눴던 그 순간 때문이었다. 그 시간이 붕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삶 또는 현실과 더 잘 달라붙어 있다고 느껴졌다. 우리가 잘 시간을 보냈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정말 돌이키기 힘들다는 것을 모두가 느끼며 더 돈독해진 하루를 보냈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