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4월 4일부터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튬, 스칸듐, 이트륨 등 7가지 중희토류 원소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하며 미국과의 기술·무역 갈등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지난 4월 2일 중국에 34%의 대등 관세를 부과해 전체 관세율이 약 67%에 달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해관총서와 협력하여 수출 통제를 발표하며, 관련 조치가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고 확산 방지라는 국제 의무 이행을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아울러 해당 품목들이 군사 및 민간 이중 용도(dual-use)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이번 수출 통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상적인 절차라는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조치가 미국 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제 대상이 된 중희토류는 광학 레이저, 레이더 시스템, 풍력 터빈, 제트 엔진 코팅, 통신장비 등 다양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핵심적으로 사용되는 물질들이기 때문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27만 톤에 달했으며, 향후 5년 내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4만 5천 톤으로 세계 2위 생산국에 그쳤으며, 희토류 정제 능력 역시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이 수입한 희토류 화합물과 금속의 70%가 중국산이었다.
블룸버그 신에너지경제 분석가 메트카프는 이번 조치가 특히 유럽과 미국의 해상 풍력 산업에 큰 병목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해상 풍력 터빈 부품 분야에서 유럽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유럽은 다시 중국의 희토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상 풍력 터빈은 육상 풍력보다 네 배가량 더 많은 희토류를 필요로 하며, 이는 공급망 압박을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말 중국이 미국에 대해 갈륨, 게르마늄, 안티몬 등 일부 희토류 원소의 수출을 금지한 데 이은 두 번째 대규모 수출 제한 조치로, 중미 간 기술 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체 공급처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희토류 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자국 내 정제 및 가공 능력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편,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희토류 확보를 위해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와의 협력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러시아의 침공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를 돕는 대가로 희토류 공급을 얻는 방안을 언급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 각국이 희토류 공급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단기간 내 중국 의존도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이번 조치는 중장기적으로 세계 기술 산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차승민 기자 smcha@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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