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임'은 수천 년 전부터? 고대 격분의 점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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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임'은 수천 년 전부터? 고대 격분의 점토판

데일리 포스트 2025-04-10 16:15:5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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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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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기원전 약 1750년,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도시국가 우르(Ur)에서 한 상인이 남긴 작은 점토판이 37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객 불만 기록'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점토판은 당시 상거래의 현실은 물론, '소비자 불만'이라는 개념이 인류 역사에서 얼마나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지를 보여준다. 

점토판의 작성자는 '누르시(Nanni)'라는 상인으로, 그는 거래 상대였던 '에아나수르(Ea-nasir)'에게 항의의 뜻을 담아 설형문자로 메시지를 남겼다. 

누르시는 자신이 구입한 구리 덩어리의 품질이 사전에 약속한 수준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주장하며, 상대방의 무성의한 태도와 자신의 대리인이 모욕당한 일까지 함께 지적하고 있다. 

"당신은 내가 보낸 사람 앞에 품질이 좋지 않은 구리 덩어리를 내놓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돌아가라고 했소"라고 적힌 문장은, 오늘날로 치면 불량 제품과 불친절한 고객 응대에 대한 공식적인 항의라고 볼 수 있다. 

또 점토판의 말미에서 누르시는 "지금 내 돈을 전액 돌려줄지는 당신에게 달렸다. 나는 더 이상 이곳에서 질 낮은 구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는 내가 직접 구리 덩어리를 골라 가져가겠다. 그리고 당신이 나를 모욕했기에, 나는 당신과의 거래를 거부할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온라인 과학 뉴스 사이트 '기가진' 보도에 따르면, 이 점토판은 1922년부터 1934년까지 진행된 고고학자 레오나드 울리(Leonard Woolley)의 발굴 작업을 통해 고대 도시 우르의 주거지 유적지에서 발견되었다. 

이 점토판은 이후 미국의 고고학자 아돌프 레오 오펜하임(Adolf Leo Oppenheim)에 의해 해독되었으며, 1967년 출간된 그의 저서 『메소포타미아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Mesopotamia)』에 그 내용이 실리며 세상에 알려졌다.

크기는 약 11.6cm × 5cm로, 앞뒷면 전체에 에아나수르를 향한 긴 항의 문장이 설형문자로 빼곡히 새겨져 있다. 현재는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에 소장돼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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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고고학적 유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 점토판은 기네스 세계기록(Guinness World Records)에 의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면 고객 불만 기록'으로 공식 인증되며 가치를 인정받았다. 

아래는 고고학적 유물로 주목받은 '에아나수르 점토판'의 역사적 배경과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영상이다.

전문가들은 이 점토판을 통해 고대 상인들 간에 존재했던 상업 규범, 신뢰 관계, 품질 관리 기준 등을 유추할 수 있으며, 당시 고객 서비스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사료로 평가한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누르시의 불만이 단발적인 사건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에아나수르의 거주지로 추정되는 장소에서는 비슷한 내용의 고객 불만 점토판들이 다수 발견되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연구자들은 그가 당시에도 악명 높은 상인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점토판 중 일부에는 그가 사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내용이나, 고객의 대리인들을 여러 차례 빈손으로 돌려보냈다는 항의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설형문자를 통해 계약·거래·법률까지 문서화했던 고도로 조직화된 도시 문명이었다. 특히 우르는 수메르 문명 후기에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로 기능하며, 광범위한 구리 교역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 점토판은 단순한 개인 간 갈등이 아니라, 고대 상업 생태계에서 발생한 신뢰 문제의 한 단면이자, 소비자 불만이라는 개념이 수천 년 전 고대 도시에서도 존재했음을 시사한다. 

종이도 없던 시대, 한 상인의 항의는 진흙 위 설형문자로 새겨져 무려 3700년을 지나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인류 문명의 오래된 흔적 속에서 지금과 다르지 않은 고객의 목소리가 되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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