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전 대통령 측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께 윤 전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를 떠나 서초동 사저로 이동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 등도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을 배웅하고 마지막 인사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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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경호처는 전직 대통령 경호부를 편성해 40~50명 안팎의 사저 경호팀을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경호법에 따라 최장 10년까지 경호를 받을 수 있다. 일단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서초동 사저로 옮기지만 공동주택 특성상 같은 건물 입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비해 추후에 수도권 인근의 부지를 물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대통령도 파면 이후 삼성동에 머무르다 집회·시위 등 문제로 한 달 뒤 내곡동으로 옮긴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관저를 떠나는 과정에서 관저 앞에 몰려든 지지들에게 별도 메시지를 전할지도 관심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 이후 관저에서 탄핵 정국에서 본인을 지지하는 단체인 국민변호인단에게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싸운 여러분의 여정은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다만 이후 현재까지 헌재 파면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는 없었다.
그동안 관저에서 일주일간 머물며 윤 전 대통령이 보였던 행보도 대권에 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여지를 주는 대목이다.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선고 이후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 대선 승리를 당부하고, 그동안 본인을 도왔던 여러 당 관계자들을 불러 식사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과거 비윤(非윤석열)계로 분류됐지만 탄핵 과정에서 앞아서 반대 운동을 펼쳤던 국민의힘 중진 나경원 의원을 만나 대권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한다.
정치권에서는 탄핵 정국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강력한 콘크리트 보수층을 재확인한 만큼 일부 국민의힘 후보는 이를 흡수하려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이철우 경북도시사는 지난 9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후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윤 전 대통령이 본인에게 ‘자유민주주의 수호’, ‘충성심’ 등을 강조했던 발언을 전하며 본인이 강력한 윤심 후보라고 내세웠다. 국민의힘 대권 후보 중 가장 지지율이 높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저는 윤 전 대통령의 뜻으로 (대선에) 출마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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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12·3 비상계엄을 공개 지지하며 탄핵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지난 9일 관저를 찾은 일화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전 씨를 만나 “나야 감옥 가고 죽어도 상관없지만 우리 국민들, 청년세대들은 어떡하냐”며 탄핵 반대을 주장했던 본인 지지층을 향해 또다시 메시지를 던졌다. 또 “당장 눈앞의 파도를 보지 말고,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볼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 정치가 사저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런 행보가 정권재창출을 노리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헌재 탄핵심판는 끝났지만 이제 내란 우무머리 혐의 피의자로 형사재판이 진행되면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자세한 내막이 공개되면서 국민 정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부 강성보수층에 호소하는 전략은 중도층이나 무당층을 흡수하는 확장성에 절대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전 대통령은 앞으로 조기 대선은 물론 국민의힘 전당대회, 길게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며 “본인의 지지기반을 통해 당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일부 당 지도부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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