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일해서 월급 받고 싶지 누가 실업급여만 받고 싶겠어요”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로 일하다 계약기간 만료로 퇴사한 실업급여 수급자 박서희(가명, 32세)씨의 말이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일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서 3월 기준 구직급여(실업급여) 신규신청자는 13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000명 증가했으며 구직급여 지급자는 같은 시기보다 3만8000명 늘어 총 지급액 또한 815억원 커진 1조5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실업급여 수급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비자발적 퇴사 인원이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업급여는 원칙적으로 자발적 퇴사자에게는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일명 ‘쉬었음’ 인구로 분류되는,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쉬고 있는 청년의 수가 5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이들 중 대부분이 근로소득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기준을 충족한 청년은 실업급여 수급 대상이 된다.
‘쉬었음’이라고 쓰고 ‘버텼음’이라 읽는다
한국고용정보원이 1년 이상 ‘쉬었음’ 경험이 있는 청년 318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경험이 없을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과거 일자리가 저임금·저숙련·불안정할수록 ‘쉬었음’ 상태로 남아있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쉬었음을 택한 사유는 적합한 일자리 부족(38.1%)과 교육·자기계발(35.0%)이 가장 많았으나, 번아웃(27.7%)과 심리적·정신적 문제(25.0%)를 꼽은 응답도 상당했다. 또한, ‘쉬었음 상태가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이 77.2%에 달했는데, 쉬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충전의 시간’이라는 인식은 줄어들고 ‘힘든 시간, 구직 의욕을 잃게 만든 시간’이라는 인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사기업에 근무하다 경영악화로 퇴사하게 된 20대 이모씨는 “정규직으로 계약했는데 하루아침에 백수가 됐다”며 “실업급여 수급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불안하고 새로 직장을 알아보는 게 막막하고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와 같이 널리 사용되는 ‘쉬었다’는 표현과는 다르게 실제로 ‘쉬었다’고 느낀 청년의 수는 30%에도 미치지 않는다.
‘빚’ 때문에 ‘빛’ 보기 힘들다
학자금대출을 보유한 청년의 경우 첫 일자리가 2차 노동시장에 놓여져 있을 확률이 높다는 연구가 있다.
2021년에 발행된 논문 ‘청년층의 학자금대출에 따른 노동시장 간 이행률 분석’에서 2014년, 2015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5년 동안 한 번이라도 취업 경험이 있는 청년 789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학자금대출 보유자 10명 중 약 2명(18.92%) 이하만 1차 노동시장(고임금, 장기적 고용, 좋은 근로조건, 승진의 기회 등)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나머지 8명가량(81.08%)은 첫 직장으로 2차 노동시장(저임금, 단기적 고용, 열악한 근로조건, 승진 기회 부재, 불합리한 노무관계 등)에서 근무했다.
이는 곧 대출 보유에 따라 첫 일자리 질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경력 초반의 성과가 평생에 걸친 노동시장의 성과를 좌우할 가능성도 크다. 즉, 첫 직장의 질이 장기적으로 임금 상승 및 일자리 안정성 차이에 따른 생애소득 격차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이승윤 교수는 “청년 부채는 고용 불안정성하고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며 “좋은 일자리에 진입하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는 청년이 있는가 하면은 그렇지 않은 청년들이 있기 때문에 청년 계층화가 더 심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 일자리가 확산되니까 불안정하게 일하는 청년들이 많아지는 거라고 선후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월급은 끊겨도 삶은 계속된다
최근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청년들이 늘어난다는 등 수급자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온다. 하지만 정확한 실업급여 지급 체계에 대해 설명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실업급여의 다른 이름은 구직급여이며, 실업급여는 기본적으로 소득비례형이다.
이 교수는 “실업급여가 소득 비례형이기 때문에 사실은 기존에 자신의 임금에 비례해서 받는 것”이라며 “소득을 많이 받는 사람은 기여금을 많이 냈기 때문에 소득 비례형은 최저임금보다 높게 받아야 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최저임금을 받고 월 209시간 일한 근로자가 받는 실수령 월급은 184만3463원이고, 실업급여 수급자가 받는 월 최소액은 189만3120원이었다. 여기서 209시간은 주휴수당 분의 근무시간을 포함한 시간이다.
하지만 실업급여는 월급의 개념이 아니다. 실업급여는 일급으로 추산되며, 8시간 근로자 기준 최저 6만4129원, 최대 6만6000원이다. 1차는 8일치, 2차부터는 28일치씩 지급된다.
고용보험 가입 기간에 따라 장애가 없는 청년일 경우 1년 미만이면 120일, 1년 이상에서 3년 미만일 때 150일이고, 5년 미만은 180일이다. 10년 이상 근무한 사람만 240일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매월 최소 1회 이상 이력서를 내서 면접에 참여했다거나 직업훈련을 받는 등의 구직활동 이력 역시 증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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