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은 열대 지방의 상징인 과일로, 학명은 코코스 누시페라(Cocos nucifera)다. 주로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태평양 제도, 카리브해, 아프리카, 중남미 해안 지역에서 자란다. 코코넛 나무는 염분이 섞인 모래땅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거센 바닷바람을 견디며 최대 20~25m까지 자라난다. 코코넛에 대해 알아보자.
코코넛 열매는 단단한 껍질, 하얀 과육, 투명한 즙으로 구성돼 있고, 하나당 무게는 1~2kg 정도다. 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는 바다를 떠다니다가 새로운 땅에 자리를 잡는다. 전 세계 90개국 이상에서 재배되고 있고, 매년 약 60억 개 이상이 수확된다.
고고학적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3000년경 스리랑카와 인도 남부에서 식용으로 사용됐다. 16세기 유럽 탐험가들은 단단한 껍질이 원숭이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코코(coco)'라는 이름을 붙였다. 코코넛은 중세 아랍 상인을 통해 아프리카 동부 해안으로 전해졌고, 이후 포르투갈과 스페인 상인이 이를 아메리카 대륙으로 옮겼다. 당시 코코넛은 식재료를 넘어 항해와 무역의 수단이었다.
코코넛 열매 안에는 맑고 달콤한 워터가 들어 있다. 이 액체는 칼륨과 마그네슘이 풍부해 열대 지역에서 갈증 해소용으로 널리 쓰인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연간 20억 리터 이상 소비되고 있으며, 스포츠음료의 대체품으로도 활용된다. 과육은 생으로 먹거나 말려서 코프라로 가공된다. 코프라는 코코넛 오일의 원료다. 이 오일은 해마다 300만 톤 이상 생산되며 요리, 화장품, 바이오디젤에 사용된다.
코코넛의 수확 시기는 보통 10~12월 우기 이후다. 열대 지역에서는 연중 생산되지만, 수확량이 가장 많은 시기는 이 무렵이다. 코코넛 나무 한 그루당 연간 50~80개 정도 수확되고, 열매가 완전히 익는 데는 약 1년이 걸린다. 어린 코코넛은 워터 함량이 많고 과육이 부드러운 반면, 성숙한 열매는 과육이 단단하고 오일 함량이 높다.
코코넛의 효능은 오랜 세월 입증됐다. 코코넛 워터는 전해질 균형 조절에 도움을 주며, 설사나 탈수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다. 코코넛 자체의 칼륨 함량은 블루베리보다 약 4배 이상 높아 근육 경련 예방에도 쓰인다. 코코넛 오일에는 중쇄지방산(MCT)이 많아 에너지원으로 빠르게 흡수된다. 다만, 포화지방 비율이 높아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과도한 섭취를 피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하루 섭취량을 총 열량의 10% 이내로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
코코넛 과육은 고소하고 은은한 단맛이 있다. 생과육은 부드럽고 젤리 같은 질감이며, 말린 과육은 바삭하고 풍미가 진하다. 워터는 달콤하면서도 약간의 짠맛이 느껴진다. 오일은 따뜻할 때 은은한 향을 낸다.
코코넛은 여러 요리에 쓰인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커리나 스튜에 코코넛 밀크를 넣고, 인도 남부에서는 코코넛 처트니를 쌀 요리와 함께 곁들인다. 서양에서는 베이킹 재료로 활용한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코코넛 오일은 1큰술당 120kcal로 열량이 높아 과잉 섭취 시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워터는 칼륨 함량이 높아 신부전 환자는 주의가 필요하다. 드물게 알레르기 반응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처음 먹을 때는 소량으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
코코넛은 수확 과정도 쉽지 않다. 나무가 워낙 높아 열매를 따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매년 수백 명이 코코넛 수확 중 추락 사고로 다친다는 보고도 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는 원숭이를 이용해 수확하는 관행이 있었지만, 2019년 이후 동물 학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에서는 코코넛을 직접 수확할 일이 드물지만, 만약 따야 한다면 반드시 안전 장비를 갖춰야 한다. 또한 바람이 강한 날은 피하고, 나무 아래에 오래 서 있지 말아야 한다. 열매가 떨어지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태평양 섬나라에서는 코코넛 나무를 '생명의 나무'라 부른다. 뿌리부터 잎, 열매까지 모두 생활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잎은 지붕을 만들고, 줄기는 건축 자재로 쓰인다. 껍질은 그릇이나 악기로, 섬유는 로프나 매트로 재탄생한다. 폴리네시아와 멜라네시아에서는 코코넛을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썼다.
최근에는 코코넛 설탕, 비누, 샴푸도 주목받고 있다. 코코넛 꽃 수액을 졸여 만든 설탕은 혈당지수가 낮아 당뇨 환자들의 대체 감미료로 사용되며, 연간 생산량은 약 50만 톤이다. 코코넛 오일의 보습 효과 덕분에 피부와 모발 관리 제품으로도 활용된다.
코코넛은 그저 식재료에 그치지 않는다. 세대를 거쳐 바다를 건너온 이 열매에는 열대의 햇살과 바람, 그리고 사람들의 손길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코코넛은 자연이 전한 유산이며, 인류가 함께 가꿔온 흔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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